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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뉴스해설]'암호화폐 행동강령' 약발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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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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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금감원 직원이 정부 대책 발표 전 암호화폐를 대량 매도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금감원 뿐 아니라 암호화폐 투기 광풍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공무원은 많았다. 외부로 드러난 사례 뿐 아니라 당시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던 여러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 대관업무 담당자까지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렸다고 알려졌다.

약 6개월이 지나고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암호화폐 행동강령을 개정하고 투기 금지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보했다. 공직자의 모럴 헤저드를 더 강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공직자는 앞으로 암호화폐 보유와 거래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행동강령 실효성 논란과 너무 늦었다는 회의적 반응이 제기된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직무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야 하는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어느 수준에서 규정할 것인지도 맹점이다.

정부가 강화한 암호화폐 행동강령은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무원 행동강령(대통령령)의 핵심 근거를 모두 적용했다.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업무를 관할하는 공직자의 직무관련 정보 악용 여지는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해당 공무원이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재산상 이득을 취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비밀 이용의 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각 기관별로 행동강령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관련 기관이 아니다'며 발을 뺀 기관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상 해당 기관으로 지정해도 관련 제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암호화폐 관련 연관 업무가 제각각이라 통일된 가이드라인 수립이 힘들다.

한 기관 관계자는 “차라리 금융정보분석원처럼 모든 부서를 투기 금지 부서로 지정하면 좋을텐데, 관련 업무에 해당하는 부서를 가르는게 더 힘들다”며 “이미 규정을 만든 기관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부 기준을 기관별 행동강령으로 정하다보니 자칫 불합리한 인사 지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기관은 소속기관 장이 직무 배제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관련 부서 '가름마 타기'도 불분명하다.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개발과 보안업무 담당이 직무 관련성 있는 직위로 분류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지총괄과 산업단지 담당이 통보를 받았다.

블록체인 기술 진흥과 설비 관련 담당이 유관 업무 지정 대상에 오른건 당연하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지정 대상만 독립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 사실상 연관 부서에 관련성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는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직무 관련이 없는 일반 공직자에게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보했다.

일반 공직자에겐 암호화폐 보유를 자제하고 직무관련 공직자에게 정보를 얻어 거래하면 징계하겠다고 적시했다. 특히 재산 심사시 재산 과다증감 사유가 암호화폐 거래일 경우 취득경위, 자금출처 등을 파악해 부정한 재산증식 여부를 따질 계획이다. 또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계속 암호화폐 거래를 하거나 근무시간 중 거래해도 강력한 징계 대상으로 적시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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