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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MB “김백준 무슨 권력 있다고 청와대에 이학수 데려왔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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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치매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등 돌린 집사’ 진술 반박

직업 묻자 “무직”…“검찰도 무리한 기소 속으로 인정할 것”

MB 건강상 이유로 3차례 휴정…예상과 달리 방청석 가득 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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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첫 공판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뇌물수수·횡령 등 15개 혐의에 대한 입증 방식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과 물증을 제시하면 변호인이 “신뢰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집사’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두진술을 통해 뇌물수수와 다스 실소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안정적 수익 구조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며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최측근의 진술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 측은 “2008년 ‘BBK 특검’ 때와 검찰이 다른 결론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김 전 사장의 진술 때문”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자금을 댔다’는 진술은 추측을 근거로 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내 소송비 대납 명목으로 67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두고도 양측은 충돌했다. 검찰이 “영포빌딩에서 압수된 물건과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소송비 대납을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만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출입기록을 통해 반박할 수 있다”고 맞섰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등을 돌린 김 전 기획관이 치매에 걸렸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김 전 기획관을 가능한 한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라면서도 “김 전 기획관이 무슨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학수 전 부회장을 대통령 방에 데려왔겠느냐”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이에 대해 검찰도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은 “그만하겠다. 내가 검찰과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라며 말을 끝맺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12분간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며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도 공소사실이 사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속으로 인정할 것”이라며 “무리한 기소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발언 도중 수차례 기침을 하며 물을 마셨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10여분씩 3차례 휴정했다. 이 전 대통령이 “30~40분에 한 번씩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계속 앉아 있기 어렵다고 호소하자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 있어야 재판이 진행된다”며 향후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이뤄진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대통령은 종종 방청석을 돌아보며 몸을 뒤척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의 150석은 10여석을 남겨두고 가득 찼다. 당초 68석의 일반 방청석 중 45석만 응모로 배부된 것과 차이가 있었다. 방청석에는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인 이재오 전 의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하금열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 전 대통령의 세 딸들이 앉아 재판을 바라봤다.

검찰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수사를 전담한 서울중앙지검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 등 검사 8명이 법정에 나왔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강훈 변호사 등 4명이 참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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