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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北 대사관 경비에게도 말걸지 말라" 취재진에 신신당부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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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1일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23~25일) 현장을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의 명단 수령을 거부했다. 우리측 취재진은 이날 베이징으로 출국해 북한대사관 인근에서 대기할 예정이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측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며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도 우리측 기자단의 명단 수령을 거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기자단 명단 전달을 재시도했으나 북측이 거부했고, 오늘 판문점 채널은 마감했다”고 했다. 북측이 우리측 취재진의 명단 수령을 계속 거부할 경우, 우리 언론사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이날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비자 발급을 요청하고 북한의 명단 접수 거부 경위 등을 취재할 예정이었지만, 우리 정부 측에서 제지했다. 외교부는 이날 노규덕 대변인 명의로 기자단에 “풍계리 취재 문제가 클리어 될 때까지 대사관 앞 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

노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 대사관 앞에 우리 기자들이 기다리고, 나오는 대사관 직원과 이야기하다 갈등을 빚는 상황이 되면 결과적으로 풍계리 취재에 있어 우리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취재진에게 북한대사관 경비에게도 말을 걸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어차피 판문점 채널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베이징 북한대사관도 비자를 내주지 않을텐데 가서 문의하건 실익이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외교가 안팎에서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북한의 눈치를 이렇게까지 봐야하냐”는 얘기가 나왔다.

북측은 현재 미국 ABC와 AP 등 외신 매체에 오는 22일 오전 11시까지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집결하라고 공지한 상태다. 북측은 또 이들 언론사에게 비자 발급 비용으로 1인당 1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봤다”면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확인해 드릴 내용은 없다”고 했다.

폐기의식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북측이 우리측 취재진의 방북을 허용한다면, 한국 포함 5개국 기자단은 22일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뒤 고려항공 전용기편으로 베이징에서 원산 갈마비행장까지 이동하게 된다. 이후에는 북측이 마련한 전용열차로 풍계리까지 이동해 폐기 행사를 취재한 뒤, 다시 원산 프레스센터로 돌아와 기사와 사진 등을 송고하게 된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고 이를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 기자단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지난 1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통지문에서 남측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의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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