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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치매 치료제 개발 잇따른 실패… 뇌가 회로라는 사실 무시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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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실패한 것은 뇌가 회로라는 사실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고장 났는데 회로를 보지 않고 이물질만 빼내려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진형(41·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지난 23일 '제1회 라이나50+ 어워즈' 대상과 상금 2억원을 받았다. 라이나생명은 50대 이상 세대가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한 인물과 단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 교수는 '뇌 회로도'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선비즈

/라이나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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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이다.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뇌 연구로 진로를 바꿨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끝에 전 세계 정보를 달고 다니는데 뇌졸중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재활 훈련밖에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습니다."

이 교수는 엔지니어답게 기존 뇌과학자들과 전혀 다른 접근을 했다. 신체 다른 곳에 생긴 질병은 한 세포만 연구해도 치료제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 교수는 전자제품을 수리할 때처럼 전체 회로를 보지 않고는 뇌질환을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먼저 빛을 받으면 작동하도록 신경세포를 변형시켰다. 이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전체를 촬영해 어느 곳에 혈액이 모이는지 알아냈다. 한 신경세포가 작동하면 뇌 전체에서 어떤 회로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한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운동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두 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세인 몸 떨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길을 연 것이다.

뇌전증(간질) 치료에서도 효과를 봤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고 전류를 흘려 발작을 막는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들쭉날쭉했다. 이 교수는 2015년 전류의 주파수에 따라 쥐가 의식을 찾기도 잃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 회로가 주파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환자의 뇌 회로에 맞춰 전류 자극을 했더니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며 "올해는 좀 더 많은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상금은 한국 환자를 돕는 연구에 유용하게 쓰겠다"며 "뇌질환을 전자회로 고치듯이 치료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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