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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나한테 왜 그랬어요?” 박지성이 박항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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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노컷뉴스

20년 전 수원공고 축구선수였던 박지성이 선망했던 K리그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면 과연 한국 축구는 어땠을까. 박지성은 수원JS컵을 찾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찾아 옛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투정을 부렸다.(사진=대한축구협회)


“박지성 이사장이 ‘왜 자기 안 뽑았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난 2군 코치였는데…”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달콤한 인생은 ‘저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대사로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자신이 충성을 다했던 보스를 향한 이 외침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대사만큼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영화보다 더 깊게 남았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1998년 수원공고 3학년이던 박지성은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K리그 축구팀 수원 삼성의 지명만 기다렸다. 뛰어난 축구 실력에도 체구가 작았던 그는 결국 수원의 지명을 받지 못해 명지대에 진학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일본 J리그를 발판 삼아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 유럽 무대 맹활약의 발판이 됐다. 박지성과 한국 축구 역사상 지금까지 가장 화려한 시절인 2000년대 초중반이 있게 한 결정적 순간이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크게 떨친 축구스타 박지성이지만20년 전 K리그 진출 무산의 아쉬움은 여전했다.

박지성 이사장은 지난 18일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베트남, 멕시코, 모로코의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축구대회인 수원JS컵을 개최했다. 그리고 베트남의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이 대회장을 찾아 베트남 19세 이하 대표팀의 3경기를 지켜봤다.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박항서 감독은 오랜만에 박지성 이사장과 만나 추억에 젖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와 선수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의 전무후무한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했다.

당시 경기장으로 쓰였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축구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며 한국과 베트남 축구의 미래를 지켜봤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20년 전 당시 이야기가 나왔다.

박항서 감독은 “박지성 이사장이 수원공고에 다닐 때 내가 수원 2군코치였다. 그런데 그때 왜 자기를 우선 지명하지 않았냐고 원망하길래 그건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고 멋쩍은 듯 해맑게 웃었다.

20년 전 수원공고 축구선수 박지성의 바람대로 선망했던 수원 삼성이 우선 지명했다면 과연 한국 축구는, 그리고 박지성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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