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길이 있다
척추관협착증
피부 절개 않고 원리침 놓아 치료
눌린 신경 풀어줘 기혈 순환 개선
척추 뼈 내부 공간 넓혀 통증 관리
원리침은 척추관 내 신경을 누르는 부위와 황색인대를 정리하고 기혈 순환을 개선해 통증을 치료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부 성영자(78·경기도 파주시)씨는 척추관협착증으로 2011년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척추뼈 일부를 제거하고 3·4번 척추뼈에 나사를 박아 척추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했다. 무리 없이 지내다가 1년 전부터 찌릿한 통증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엉덩이에서 시작해 허벅지·종아리·발끝까지 당겼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확인했더니 수술한 곳 바로 위에 있는 디스크가 나사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협착이 재발했다. 재수술을 하면 고정해야 할 척추뼈의 범위가 늘어 부담이 컸다. 성씨는 한 차례 원리침 치료를 받은 뒤 통증이 줄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김길순(70·대전 서구)씨도 수술 후 척추관협착증이 재발했다. 척추뼈에 나사못을 6개나 고정하는 대수술을 받은 지 3년 만이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터질 듯이 아팠다. 10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도 쉬어가야 했다. 신경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픈 부위가 점점 넓어졌다. 견디다 못해 재수술을 결심했지만 의료진은 척추뼈가 약해 더 이상은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두 차례 원리침 치료 후 허리를 펼 수 있었다. 이제는 원리침으로 통증을 관리한다.
신체 부담 적은 국소마취 시술
원리침 치료는 통증 유발 원인을 구조적으로 없앤다. 이건목원리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은 “굳은살처럼 딱딱하고 두껍게 변해 신경을 누르면서 유착된 황색인대를 원리침으로 뜯어낸다”고 말했다. 척추와 척추 사이를 연결하는 인대와 관절을 풀어주면 자연스럽게 척추뼈 사이의 공간이 넓어진다. 비좁았던 척추뼈 내부 공간이 정리돼 신경이 눌리는 것을 차단한다.
원리침 치료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신체적 부담이 적다. 길이 25㎝, 굵기 0.7㎜의 기다란 원리침을 찔러 넣어 피부 절개 없이 치료한다. 국소마취 후 이뤄져 시술 중 통증·흉터가 거의 없다. 통증이 있는 부위만 찌르는 최소침습적 비수술 치료다. 원리침은 끝이 둥글고 완만하게 휘어져 있어 척추뼈나 혈관·신경 등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통증이 심한 부위에 맞춰 접근하는 각도를 360도로 조절할 수 있다. 뼈를 자르거나 디스크를 제거하지 않아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졌거나 척추관을 넓히는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재발한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둘째는 신체 자생력을 개선한다. 척추 질환으로 신경이 눌리면 혈액의 흐름이 막히면서 어혈이 쌓인다. 꽉 막힌 하수구를 뚫어주듯 원리침으로 막혔던 기혈(氣血)의 순환을 개선해 손상된 신체 조직의 회복을 유도한다. 이건목 원장은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오랫동안 눌려 마비됐던 신경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단, 신경이 눌린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면 신경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마지막은 반복적 통증 관리다. 척추관협착증은 한 차례 치료를 받았어도 운동에 소홀하거나 생활 방식이 흐트러지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이미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았다면 재발에 더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14%는 5년 이내에 재수술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Spine Journal, 2013). 수술 후 재발하면 더 넓은 범위를 재수술해야 한다. 그만큼 척추에 부담이 커진다. 원리침 치료는 기존 치료법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척추뼈 내부 공간을 넓혀줘 통증을 완화한다. 따라서 통증이 심할 때마다 반복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도 15분 정도로 짧고 재활 치료가 필요 없어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척추관협착증 수술 후 좁아진 추간공(나사못이 박혀 있는 윗부분)이 원리침 치료 후 넓어졌다. |
시술 후 1년 지나도 효과 유지
세계통합의학계도 원리침의 치료 효과에 주목한다. 이건목 원장과 세명대 한의대 이은용 교수, 원광대 한의대 한종현 교수 연구팀은 척추관협착증 환자 47명을 대상으로 원리침 치료 후 1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7.9세로, 척추관협착증을 앓은 기간은 평균 45.4개월이었다. 물리치료나 신경성형술 등 척추 치료를 12주 동안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은 환자가 대상이다. 연구팀은 인대가 두꺼워져 좁아진 척추 안쪽 공간을 원리침 치료로 넓혔다. 그 결과 원리침 치료 전 통증 점수(VAS)가 60.7점(100점 기준)에서 원리침 치료 1년 후 41.5점으로 떨어졌다.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하다는 의미다.
허리 통증이 일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요통기능장애지수(ODI)도 치료 전 35.2점에서 1년 후 19.8점으로 개선됐다. 이 원장은 “원리침 치료를 받고 1년이 지난 시점에도 통증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통합대체의학 전문 저널인 ‘근거 중심의 보완·대체의학’ 온라인판(2014)에 소개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