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작년 웨딩마치 급락… 올 '출산율 1.0'도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6만건 혼인, 전년비 6%나 줄어… 1974년 이후 43년만에 최저치

낮은 혼인율→초저출산 악순환

황혼이혼은 3만여건으로 급증

작년 혼인 건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저출산 그늘이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혼인 건수, 43년 만에 최저

조선일보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작년 혼인은 26만4500건 이뤄져, 1년 전보다 6.1%(1만7200건) 줄었다. 작년 혼인 건수는 1974년(25만9600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다. 1974년 인구가 지금의 65% 수준인 3400만명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혼인 건수는 사실상 이보다 더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연간 혼인 건수는 1990년대 중반 40만건을 훌쩍 넘었지만 1997년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 20만건대로 추락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작년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높은 청년 실업률, 주거비 문제, 양육비 부담 등이 결혼을 미루게 하면서 혼인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초혼(初婚) 건수가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는 20만6100건에 그쳐, 전년(22만1100건)에 비해 6.8% 급락했다. 반면 남자만 재혼(-5.3%), 여자만 재혼(-3%), 둘 다 재혼(-3.2%)인 경우는 그보다는 덜 줄었다. 보통 부부 중 한쪽이라도 재혼이면, 둘 다 초혼일 때보다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낮다. 연령별로 살펴봐도 남녀 모두 30대 초반(각각 -10.3%, -9%), 20대 후반(-5.9%, -6.6%)에서 혼인 건수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주로 아이를 낳는 연령대에서 결혼을 덜 한 것이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9세, 여성 30.2세로 전년보다 각각 0.2년, 0.1년 늦어졌다.

혼인 건수 급락은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생아 98% 이상이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등 출산의 전제 조건이 사실상 결혼이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첫째 아이를 낳는 데 1년 3개월(2016년 기준)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 혼인 건수 감소는 올해와 내년 저출산을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작년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혼인 건수와 이듬해 출산 건수 사이의 상관관계가 뚜렷하다"면서 "올해는 첫째 아이를 중심으로 출생아 수가 더 줄어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체 이혼은 주는데 고령층 이혼은 늘어

혼인과 출산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령층 이혼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은 3만3100건으로 10년 전 2007년(2만5000건)의 1.3배로 급증했다. 전체 이혼 건수는 작년 10만6000건으로 전년(10만7300건)보다 1.2% 줄었는데 유독 '황혼 이혼'은 늘어난 것이다. 전체 이혼에서 20년 이상 혼인 후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31.2%로 결혼한 지 4년이 안 된 신혼부부(23.7%) 등에 비해 많았다. 3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은 작년 1만1600건으로 10년 전 6100건의 1.9배로 크게 늘었다. 통계청은 "결혼 감소에 따라 전체 이혼도 감소하는 추세인데, 유독 고령층 이혼만 늘고 있다"고 했다.

[박유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