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발언대] 사라져가는 전통 공예, 무형문화재 지정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서울시가 오는 10월 1일까지 옹기, 민화, 다회, 화각, 침선, 자수, 은공예, 매듭 등 8개 공예 분야의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같이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다. 늦게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그동안 공예 분야의 무형문화재 종목 및 기능보유자들을 관리한 것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현황을 보면 공예 분야에는 23개 종목에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명예보유자가 6명이고, 실제 활동하고 있는 보유자는 19명이다. 그 19명 중 12명이 65세 이상이고 84세, 86세, 90세도 있다. 무형문화재 중 조선장은 1994년, 연날리기는 2011년, 체장은 2012년 보유자가 사망했는데도 전수자가 없어 미지정 상태이다. 필장, 홍염장, 관모장은 작년에야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양화도(현 양화대교 부근)에는 수십명의 화각 장인들이 활동했다. 하지만 지금 화각장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도 않았다. 서울에는 유명 사찰도 많아 사찰화, 고서복원·배첩, 목조각, 닫집, 윤장대, 야철, 환도 분야의 장인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언제 빛을 볼지 알 수 없다. 칠장(漆匠)은 생옻칠, 옻칠, 칠화, 황칠, 남태칠 등 다섯 종목이나 있는데도 칠장의 근간인 건칠 등은 아직까지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내년 5월까지 종로구 안국동 옛 풍문여고를 리모델링해 서울공예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올해 79억원 등 총 1594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전통공예 현장의 장인(匠人)들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처럼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공예박물관을 짓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공예박물관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이 제 몫을 하며 전통문화 자산의 전승 및 전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서울은 600년 조선의 화려한 궁중문화가 꽃피운 곳으로, 공예문화의 뿌리이자 핵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예문화의 근간인 무형문화재 정책이 이렇게 부실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단절 위기에 처한 전통문화의 맥(脈)을 잇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