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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정부 '외환시장 개입' 공개, '족쇄' 우려 섞인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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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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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정부가 내달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입이 추후 위기상황에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물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 "미국 철강관세와 자유무역협정(FTA), 환율보고서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같이 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루 앞서 기재부와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감안,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포함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IMF와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환율 변동과 관련해 '쏠림 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IMF나 미국은 우리나라의 환율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를 통해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내달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환율조작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 GDP 대비 달러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지정되는데, 우리의 경우 앞의 2가지에만 해당돼 원칙적으로는 지정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에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일본 주도로 추진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준비조치로도 읽힌다. 김 부총리는 앞서 CPTPP 가입 여부를 상반기 중 결정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빠진 채 추진되는 CPTPP에 미국도 뒤늦게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 역시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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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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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환율정책에 스스로 족쇄를 채울 수 있다"며 "한 달이나 두 달 뒤에 공개하게 되더라도 개입내역이 낱낱이 공개되므로 미국의 압력에 대해 꼼짝도 못하게 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개입을 공개하고 있는 대표 국가 중 미국과 영국,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며 사실상 외환시장을 운용할 필요가 없는 국가라 우리와는 다르다"며 "환율조작국 문제는 결국 대미흑자가 제일 큰 문제인데, 왜 문제를 엉뚱한 방향(시장 개입)에서 풀어서 스스로 족쇄를 차려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특정한 목표대의 환율을 타겟팅하고 있지도 않고 환율의 급변동을 막기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만 하는데, 자료나 정보를 다 노출시키면 앞으로 그 작업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정책적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중요해지는 상황이 와도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만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했다. 윤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것은 달러를 사들여서 달러는 강세, 자국통화는 약세로 만드는 것인데 이는 외환보유고 확대와 거의 같은 메커니즘"이라며 "(달러를 사들이는 행위를) 환시 개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말고, 외환보유고 확대라던가 미국국채 매수를 위한 달러 매수 등으로 포장하면 (미국 쪽에서도) 문제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개입 기록을 공개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연기금들이 올해부터 환 오픈으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것 말고 간접적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늘고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 기록을 공개하면 환율보고서 등을 통해 공격받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미 정부 정책 기조 자체가 수출경기 부양을 위해 환율을 강하게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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