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대신 찜·저온조리로 더 부드럽게
고령층 겨냥한 연화식 개발 잇따라
예부터 사람들은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했다. “너무 부드러워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평가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다. 최근엔 부드러운 음식을 찾는 사람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아플 때나 먹던 음식으로 여겨졌던 죽은 일상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죽전문점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에 따르면 편의점 간편식 '아침엔본죽'은 2014년 71만개, 2015년 223만개, 2016년 445만개, 2017년 567만개로 3년 만에 8배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 본죽 임미화 본부장은 “죽은 최근 환자식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해소와 해장 등 다양한 용도에 맞춰 찾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특히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기엔 평범해보이지만 현대그린푸드가 포화증기기법으로 가공해 잇몸이나 혀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식감의 연화식. 왼쪽부터 가자미튀김, 꼬리찜, 비프스튜. 변선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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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중요해지자 부드러운 식감 선호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일반 메뉴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선 “음식을 부드럽게 조리해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늘고 있다. 업계에선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중식당 홍연의 정수주 셰프는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식을 하는 추세인데 부드러운 음식은 소화가 잘되어 많은 고객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호텔 레스토랑이나 파인다이닝(고급식당)에선 이들을 위해 부드럽게 조리하는 일이 많아졌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의 '송로버섯 바닷가재'.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 바닷가재를 뜨거운 물로 먼저 데친 후 볶는다. [사진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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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하얏트 서울은 3년 전부터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양식 이전엔 가니쉬에 사용하는 채소는 찌거나 오븐에 굽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최근엔 스팀으로 살짝 익힌 후 오븐으로 한 번 더 익히거나 올리브오일이나 허브 오일에서 저온으로 장시간 조리해 식감을 부드럽게 한다. 채소의 식감이 부드러워지자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김민규 파크하얏트 부총주방장은 “육류를 먹을 때 채소를 함께 먹으면 균형 잡힌 맛과 영양을 챙길 수 있어 함께 섭취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특히 전체적으로 단단한 뿌리채소를 부드럽게 조리했더니 고객 만족도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건강하고 구매력 있는 고령 세대에 주목
음식이 부드러워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고령화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국민 100명 가운데 14명이 65세 이상으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건강하면서 구매력 있는 고령층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젊은 시절 먹던 음식을 그대로 먹고 싶어한다. 소화 능력이 젊은 시절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음식을 갈거나 분말 형태로 만든 환자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런 유동식을 원하지도 않는다.
풀무원 푸두머스가 국내 최초로 고령자 맞춤형 식단을 상훔화한 브랜드 '소프트메이드' 제품들. [사진 풀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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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째 먹는 생선에 치아에 붙지 않는 떡도
포화증기 조리기로 가공해 뼈까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현대그린푸드의 '가자미 튀김'. 생선살의 식감과 함께 뼈에 풍부하게 든 칼슘까지 섭취할 수 있다. 변선구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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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자미·고등어·조기·동태·꽁치·삼치 등을 뼈째 먹을 수 있도록 가공생산해 병원에 납품하고 있다. 가시를 제거한 생선과 비교해도 장점이 많다. 수작업으로 가시를 제가하다보면 종종 가시가 남아있고 무엇보다 얇게 포를 뜨다 보니 생선살 특유의 식감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뼈째 먹는 생선은 생선살 특유의 식감을 즐길 수 있고 뼈까지 섭취해 영양도 풍부하다. 이보라 연구원은 “칼슘성분을 분석한 결과 100~120g만 먹어도 1000mg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성과 영양을 두루 만족시키는 셈이다.
지난 설에는 처음으로 연화식 한우갈비찜과 돼지등갈비찜 등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도 내놨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는 가정간편식으로 1000세트 한정 판매했는데 완판됐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육류·생선 모두 일반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풀무원 푸드머스는 2015년 실버푸드 전문브랜드 ‘소프트 메이드’를 론칭하고 ‘부드러운 족발 고기편’ ‘더 부드러운 멸치’ 등을 내놨다. 아워홈도 지난해 효소를 활용해 육류·떡류·견과류 등의 물성을 조절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효소인 프로테아제를 음식에 침투시켜 부드러운 정도를 30~70%까지 맞출 수 있다. 고기는 씹기 부드럽고 떡은 치아나 목에 붙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연말 열린 ‘2017 생명산업과학기술대전’에 참여해 대중에게 처음 공개해 높은 관심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시중에 판매할 계획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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