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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글 한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 팀을 이끌고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룬 박항서 감독은 축구 인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온 나라가 붉은 물결로 뒤덮인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코치로 경험했지만, 조연이었다. 15년의 시간이 흘러,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베트남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일으킨 축구 신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 서울시 초청 삼일절 타종행사 대표 초청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미 베트남 정부가 수여한 3급 노동훈장도 받았다. 쏟아지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그는 귀국 후 한 번의 공식 회견으로 갈음했다. 설 명절을 전후로 휴식기를 보낸 박 감독은, 한국의 지인들, 축구계 인사들을 만나 축하 인사를 받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숨 돌릴 틈 없이 봄이 왔다. 3월 5일, A매치 데이를 앞두고 박 감독은 다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출국하던 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스포티비뉴스에 소중한 시간을 내줬다. 박 감독과 따로 만난 스포티비뉴스는, 어쩌면 지도자 경력의 끝자락에서 두 번째 기회를 움켜쥘 수 있었던 그의 비결을 물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라며 겸손을 잃지 않으려는 박 감독. 박 감독과 마주해 대화를 나누자, 비결을 묻는 것은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비결보다 의지와 자세였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를 말하면서 60대가 되면 ‘강제 은퇴’ 위기에 내몰리는, 일할 곳을 찾기 어려운 이 시대의 ‘신중년’ 세대에게 박 감독은 메시지가 됐다.
다음은 박 감독과 나눈 인터뷰 전문. 1편에선 쉽지 않은 도전에 임한, 임하고 있는 그의 속 마음을 들었다. 베트남 축구에 대한 보다 디테일한 이야기는 2편에 소개한다.
- 어떻게 보면 2002년 월드컵 4강 때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화려한 시간일 것 같습니다.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되어 삼일절 타종행사도 하셨죠. 베트남에선 이미 국민 영웅입니다. 요새 어떤 느낌인가요? 2002년과 비교한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2002년에는 제가 뭐 감독이 아니고 코치였죠.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한국 대표팀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감독으로 이런 일을 받았다는 게 다르죠. 한국에 와서 보니까, 예상 외로 우리 국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주시고,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02년이나 지금 베트남에서 한 부분 모두, 국민의 성원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 이 뜨거운 성원이 피부로 느껴지시나요? 책임이 무겁다고 하셨는데 이전의 경험 때문일까요?
피부로 느껴집니다. 느껴지는데, 그런 관심과 격려 성원이, 저한테는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느껴지죠. 분명한 것은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저는 2002년도에 인기라는 걸 경험해봤습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부담감,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 사실 베트남에 가기 전에는 K리그에서 다시 감독 일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K리그는 점점 더 젊은 감독들의 무대가 되고 있죠. 이흥실 안산 감독이 2018년 K리그 미디어 데이에서 베테랑 지도자가 설 자리가 없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아 서운한 마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창원시청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제 나이가 되면 대부분 공직에 있는 분들도 퇴직하는 상태였고. 저도 프로팀에서 많은 경험을 했는데, 아마추어인 내셔널리그로 가게 됐으니까. 이제는 축구 지도자로서 정리할 단계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사실 K리그 팀으로 컴백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 시기에 해외 진출, 베트남 진출이라는 명분을 얻고, 기회를 얻었습니다.
장단점은 있겠죠. K리그에서 젊고 활동성 있고, 스마트한 참신한 젊은 지도자들, 노력하는 지도자 후배들이 많아요. 하지만, 또 우리 세대에 경험이 많은 분도 있으니까. 전 어느 것을 선호한다기보다는 각 구단에서 정책에 따라 잘 선별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다 저렇다 답변할 입장은 아닌 거 같아요.
■ “두려움이 있었다. 책임감이 더 컸다. 그래도 도전해야 한다.”
■ “아들 같은 선수들이다. 단점이나 지적할 것은 긍정적으로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기회는 스스로 찾아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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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나이로 60세. 외국 생활 새로 도전하는 건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라고 합니다. 어떠셨습니까?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도전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솔직히)사인하고 나니까 약간 두려움도 오고, 책임감도 왔습니다. 지도자로는 해외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래도 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축구 감독으로 제2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대표팀 감독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것도 제가 박성화 감독(미얀마) 다음으로 처음이었으니까. 한국 축구 지도자의 우수성, 그런 능력을 평가받을 위치에 있는 대표팀 감독직이었으니까요. 후배들한테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내가 알려야 하고, 나름대로 새롭게 각오를 하고 갔습니다.
- 지도 노하우를 바꾸진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앞서 본인이 새로워진 것은 어떤 부분일까요?
제가 갖고 있던 경험, 노하우, 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축구 철학,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선 변동이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베트남에 가서 해야 할 것은, 베트남 문화는 제가 절대 존중하자는 생각을 가져갔습니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습니다. 베트남의 전통 문화, 음식 문화는 존중하지만 축구의 기술적 부분에 대해선 교정해야 할 것이다. 바꿔야 할 부분에 대해선, 철저히 훈련 방법 등에 있어 교정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베트남 축구가 앞으로 개선할 부분,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 K리그에선 기술 지역에서 격정적인 모습이 인상에 남는데, 베트남에선 오히려 차분한 모습입니다. 통역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한 부분이 있는 것인지요?
저는 한국에서는, 아시다시피, 심판에 대한 항의도 많이 했고, 징계도 많이 받고 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할말은 있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심판 문제가 있었고, 연맹에서 책임질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 큰 변화는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베트남이고 국가대표팀입니다. 그런 부분은 제가 처음 갈 때부터 자제해야할 거라고 생각했고, 여기 베트남에선 저 스스로 자격지심이 없습니다. K리그에 있을 땐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제가 슬기롭지 못한 부분도 있죠. 베트남에 가서는 대표팀이고 외국에 나가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해외 도전의 차이는 역시 의사소통일 것 같습니다.
대표 팀에 있는 베트남 코치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수신호 등을 통해 전달할 방법은 미리 훈련 과정에서 준비합니다. 평상시 수신호로 전달하는 몇 가지를 하고 나갑니다. 통역을 통해 일일히 이야기하기는 분명 어렵기 때문에 베트남 코치를 통해 하는 게 많이 있습니다. 통역의 경우에도, 우리 베트남 통역이 저보다 한국 말을 더 잘합니다. 의사소통 하는 부분에 큰 문제는 없고. 우리 베트남 통역이 완벽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 베트남이 어린 선수를 육성 중이고, 성인 대표 팀과 23세 이하 선수들을 함께 이끄는데. 세대 차이 등의 문제는 없었나요?
중국 가기 전 회식을 두 번 했습니다. 합숙을 하면서도 선수들과 식사를 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말은 주로 통역을 통해 하니까 스킨십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역발상으로 선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작은 일이니 다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와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하고 있기도 합니다. 운동장에선 강하게 하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 아들보다 어린 선수들입니다. 언어적 소통이 쉽지 않은 면도 있죠. 한국 선수라면 말로 직접 전달을 디테일하게 할 수 있지만 통역을 거쳐야 하니까 큰 문제가 아니면, 되도록이면 그 선수한테 단점이나 지적은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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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준우승으로 기대도 높아졌고, 스타가 된 선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제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를 더 잘 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쉬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지금부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3개월만에 제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승은 못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해 국민들의 기대도 높습니다. 이제 저도, 선수들도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하고 더 집중해야 합니다. 제 자신이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도자로서 중국 대회 가기 전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합니다.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 태국을 꺾은 것도 10년만의 성과라고 들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축구와 시장 모두 발전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느낀 것은?
뭐, 저는 베트남밖에 잘 모릅니다. 우리가 태국에 10년만에 이겼지만 또 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베트남 축구는 아직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단,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상에 가기 위해서 제가 베트남 감독으로 재직하는 동안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감독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베트남 축구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 베트남 생활로부터 배운 것은?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한국에 오면 여러 사람도 만나야 하고, 보고 듣는 것도 많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집에서 TV도 안틉니다. 인터넷만 조금 보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축구에)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베트남의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별 불편은 없습니다.
-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온다는데, 60대가 되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제2의 기회, 도약의 기회를 잡았는데, 또래의 한국인들에게 메시지를 남겨준다면?
제가 무슨 메시지를 남기겠습니까. 저는 제 나이 또래 지도자나, 저보다 젊은 지도자들이 해외에 가길 희망한다면, 그런 기회가 오면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저같은 사람도 가서 큰 건 아니지만 베트남에서 작은 성공을 얻었습니다. 그런 기회가 되면 저보다 많은 능력있는 분들이 또래에 아직 있고, 젊은 지도자도 있으니, 그런 기회를 스스로 찾기 바랍니다.
저도 스스로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회를 찾다 보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모든 일이, 쉬운 길이 있겠습니까. 도전해야 찾을 수 있습니다. 기회는 스스로 찾길 바랍니다. 저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그게 저한텐 컸습니다. 간절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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