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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현장] '사형 선고' 판결문 읽으며 목멘 재판부…이영학도 '훌쩍'(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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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사형 선고를 받은 뒤 피해자A 씨의 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을 한 채 빠른 걸음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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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울북부지법=김소희·변지영 기자] "피고인 이영학은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사형에 처합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성호)에서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영학에 대한 선거 공판이 열렸다. 재판 시작 전부터 재판정 앞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오후 2시 20분이 되자 702호 법정 문이 열렸고, 취재진들을 비롯해 재판을 보기 위해 법정을 찾은 일반인들이 물밀 듯 법정으로 빨려들어갔다. 일부 방청객들은 '형량이 어떻게 나올 것 같느냐'고 소근거리며 형에 대해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2시 30분이 되자 풀색 수의를 입은 이영학과 그의 딸이 법정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에 섰다.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지인 박모 씨와 보험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의 친형 이모 씨도 나란히 법정에 섰다. 네 사람 모두 의자에 앉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제기한 이영학의 혐의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죽은 아내에 대한 가학적인 범행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은 변태 성욕 해소를 위해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우고 딸 친구를 물색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사진을 건네받자 사망한 아내를 닮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A양을 현혹해서 집으로 유인하고 딸 이양과 사전 공모해서 유인한 후 수면제를 넣은 자양강장제를 먹게 했다. 잠들지 않으면 다른 수면제까지 감기약처럼 먹이도록 했다"며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지휘한 것만으로도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혐오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의 이러한 수법을 '사이코패스적'이라고 했다. 20여 시간에 거쳐 A양에게 기본적인 영양공급을 하지 않고, 숨 쉬는 A양의 입을 젖은 수건으로 막고 목을 졸라 죽인 이영학의 행위에 대해 언급할 때 이성호 부장판사는 잠시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의 여러 차례에 걸친 반성문도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부터 법정까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수차례 넣고 진술했지만, 이는 진심 어린 반성에서 우러나오기보다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위선적인 모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학의 각종 혐의를 조목조목 언급한 재판부는 이영학이 딸의 친구인 피해자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추행, 살해한 뒤 유기한 행위에 대해 "범행 내용만으로도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며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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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영학의 딸 이양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유인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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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영학의 딸 이양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유인한 혐의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고인 친구의 사진을 보여주고, 피해자를 데려오라는 말을 듣고 피해자를 데려왔고, 사체를 낭떠러지 아래로 집어던졌다"며 "범행 과정을 고려할 경우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적인 접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사망한 자신의 엄마를 위해 성적 학대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친구를 유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영학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휴대폰을 끄고, 가출한 것처럼 거짓말하기도 했다. 무비판적이고 무인간적으로 깊이 개입했다"며 "피해자 어머니와의 통화에서도 A양이 어디간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이러한 행위로 보아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근본적인 사회공동체를 현저하게 저해시키는 일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 양의 범죄에 대한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던 도중 이 부장판사는 또다시 말을 멈췄다. 영문을 모르는 방청객들은 살짝 몸을 일으켜 재판부를 살펴봤다.

이내 울먹이는 목소리를 참고 이 부장판사는 "정신적 고통과 피해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피해자 가족은 그 어떤 처벌로도 풀 수 없는 어려움에 노출되면서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자 A양의 아버지가 겪었을 고통을 짐작하는 설명을 이어갔다.

선고를 듣던 이영학은 쓰고온 안경을 벗고 손에 쥔 휴지뭉텅이로 얼굴을 감쌌다. 이영학의 딸 이양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머리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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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날 "각종 범죄를 따져봤을 때 이영학에게 교화 가능성이 없고, 이에 따라 '격리가 필수'라고 판단해, 준엄한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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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날 "다각적 전제에서 법의 입법 취지와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해 마땅히 갖게 될 공감과 위로를 포함해 형을 정했다"며 "각종 범죄를 따져봤을 때 이영학에게 교화 가능성이 없고, 이에 따라 '격리가 필수'라고 판단해, 준엄한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형 선고가 떨어지자 법정 내에는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영학은 생년월일을 답한 것 외에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재판정을 나갈 때에도 자신의 형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 훌쩍였다.

판결이 끝난 뒤 피해자A 씨의 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을 한 채 빠른 걸음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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