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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ESC]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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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향이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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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습니다. 눈을 의심했죠. 평창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4년 내내 흘린 땀방울을 자랑하며 으쓱대야 할 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잘못했다”며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을 티브이에서 목격하게 되다니요. 그런가 하면 ‘한국에선 여성으로 사는 일은 고통’이라는 한 외국인 지인의 말을 실감하게 하는 성폭력 사건들이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을수록 치가 떨리더군요. 더구나 한때 진보의 깃발 아래 있던 자라니 배신감이 더 크더이다. 이제 스무살이 된 예쁜 제 조카가 살아야 할 이 땅이 웹툰 <신과 함께>의 지옥처럼 여겨져 등골이 오싹합니다.

이런 와중에 ‘이혼 후 삶’이 주제인 이번 주 ESC 커버 기사를 다듬는 일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우린 또 일상을 알차게 채워 나가야 하는 책무가 있는 거겠죠.

참, 그거 아시는지요? 한국에만 ‘명절 이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영국엔 ‘크리스마스 이혼’이 있다는군요. 크리스마스 이후 이듬해 1월 이혼 상담이 급증해 영국 변호사들은 매년 1월 첫째 주 월요일을 ‘이혼의 날’로 부른다고 해요. 어쨌든 이혼 급증은 전세계적인 현상인가 봅니다. 이왕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이혼했다면, 그래도 여전히 내 삶을 성실하게 꾸려야 한다면 맘도 몸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누구는 썰매 스켈레톤의 윤성빈처럼 운동에 몰입하고, 누구는 이탈리아 두메산골을 여행하고, 누구는 사랑의 노마드족처럼 다시 제짝을 찾아 나서더군요. 쿨하게 친구처럼 지내는 신풍속도를 연출하는 커플들도 있더이다.

오만가지 이혼 사연을 읽으면서 문득 설 연휴에 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생각났어요. 주인공 남자와 여자가 죽음을 앞에 두고 서로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그러면 ‘내 안에 계속 네가 있다’는 그로테스크한 소망을 말하며 사랑을 소심하게 확인하는 장면이었죠. 사랑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이제 당당하게 이혼을 알리고 다가오는 새 사랑에 눈을 반짝여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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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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