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우유 마시면 복통·설사? ‘락토프리’로 소화 고민 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당불내증 완화 우유

유당 분해효소 첨가 대신 여과

영양소, 고소한 맛 그대로 보존

동양인에 많은 유당불내증 해소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유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만성병 예방을 위해 많이 섭취해야 할 음식으로 꼽은 식품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분석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07~2015)에 따르면 한국 성인(25~74세)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54g으로 WHO 권장량(350~520g)에 한참 못 미친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한 가지 이유다. 우유 속 유당(lactose, 락토스)을 소화시키지 못하면 이런 증상이 있다. 이들에겐 락토프리 우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당은 우유에 있는 탄수화물 성분이다.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유당불내증)하면 유제품을 먹고 난 뒤 설사·복통·방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유당이 분해되지 못한 채 대장으로 이동하면 가스가 생기면서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유당불내증은 동양인에게 많다. 한국인의 39~84%가 유당불내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락토프리 우유는 우유의 영양과 맛은 유지하고 유당만 제거한 제품이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일종의 기능성 우유다.

유당 분해효소 부족하면 각종 증상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팀은 2015년에 락토프리 우유가 유당불내증 환자의 소화기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당불내증이 있는 35~70세 성인 31명을 대상으로 550mL의 일반 우유와 락토프리 우유를 일주일 간격으로 각각 마시게 했다. 두 가지 제품을 마신 뒤 나타난 복통·설사·방귀와 복명(배에서 나는 가스 소리) 증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복통을 호소한 사람은 30명에서 6명으로, 설사 증상은 28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복명(30명→8명)과 방귀(27명→6명)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유당불내증 진단에 쓰이는 호기 수소의 양도 함께 측정했다. 유당이 소화되지 못하고 대장으로 이동하면 장내 세균이 유당을 분해하면서 수소 가스가 만들어진다. 숨을 내쉴 때 방출되는 호기 가스로 이 양을 측정할 수 있다. 측정량이 20ppm을 넘으면 유당불내증으로 본다. 연구에서 락토프리 우유를 마셨을 땐 가스 양이 20ppm 이하로 줄었다. 장영운 교수는 “유당불내증이 있으면 유제품을 잘 먹지 않아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면서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며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이 일반 우유 대신 유당 제거 우유를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락토프리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에는 유당의 분자 크기를 계산해 유당만 걸러내는 여과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락타아제라는 유당 분해효소를 첨가한 방법이 많이 사용됐는데 우유의 고소한 맛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WHO가 우유 섭취를 권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여성이 하루에 우유 2잔을 마시면 복부 비만이 21%, 콜레스테롤이 39% 줄어들고 남성은 하루 1잔만 먹어도 복부 비만이 9%, 콜레스테롤은 17% 떨어진다. 서울대 의대 강대희(예방의학) 교수와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의 ‘한국 성인의 우유 섭취와 대사증후군과의 관련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2013년 전국 38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0~69세 성인 13만420명을 조사했다. 남성은 우유 한 잔(200mL), 여성은 두 잔을 마시면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각각 8%, 32% 줄었다. 대사증후군은 체지방 증가, 혈압·혈당 상승, 혈중 지질 이상 등을 통틀어 부르는 질환이다. 심·뇌혈관 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우유 섭취량 WHO 권고기준 7분의 1

우유는 또 남성의 중성지방을 16%, 여성은 24%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우유 속 칼슘과 단백질, 필수지방산이 지방 흡수와 혈액 내 중성지방을 감소시킨다”며 “몸에 나쁜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은 낮추지만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유를 매일 꾸준히 마시는 것이 대사증후군 예방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우유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WHO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식품으로 우유·채소·과일·견과류 등 9개 식품을 선정했다. 이들 식품 중 우유 섭취량이 권장량 대비 가장 부족했다. 섭취량은 2007년 이후 거의 변함이 없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우유·칼슘은 섭취량이 부족한 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식습관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