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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와 이영진, 베트남 성공신화 쓴 두 남자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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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8일 인천 홀리데이인인천송도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 디제이매니지먼트



[인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베트남에 가자고 했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이영진 베트남 축구대표팀 수석코치)

‘베트남의 축구 영웅’이 돼 금의환향한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가 서로를 향한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박 감독과 이 코치가 이끈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역사에서 전례 없는 성공이었다. 온 베트남은 이들에게 환호했다. 두 사람은 8일 오후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뒤 홀리데이인 인천송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우리 이영진 코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베트남에서의 이른 성공이 자신만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에 이 코치와 동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이 코치를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는 “이 코치는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며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32년의 우정을 품은 사이다. 1986년 이 코치가 럭키금성에 입단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들은 룸메이트로 생활하며 가까워졌다. 박 감독이 은퇴한 후에는 사제관계로 변했다. 1994년 박 감독은 대표팀 트레이너로, 이 코치는 선수로 월드컵에 함께 나섰다. 박 감독은 베트남행이 결정된 후 지체없이 이 코치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가장 믿고 신뢰하는 동생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박 감독은 “처음에 떠날 때 이 코치에게 우리가 부지런하니까 성실함을 보여주자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감독 제안을 들은 이 코치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 코치는 “믿음이 있었다. 같이 가자고 했을 때 쉽게 결정했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모든 걸 걸고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이 코치는 늘 함께였다. 베트남축구협회는 배명호 피지컬코치를 포함한 한국인 지도자 세 명을 하나의 조직으로 여기고 평가했다. 박 감독과 이 코치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배경이다. 이 코치는 “서로 보완하는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다 사람이라 어딘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과 코치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한다. 오랜 인연을 가진 사이인만큼 그런 부분에서 합이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베트남에게 2018년은 중요한 해다. 8월에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 11월에는 베트남축구협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스즈키컵이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베트남의 목표는 우승이다. 두 사람의 능력은 이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박 감독은 “코치들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지도자들이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도 “앞으로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을 도와 베트남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통해 한국인 지도자를 보는 동남아시아 축구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들의 베트남행을 도운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을 향한 신뢰가 생겼다. 향후 더 활발한 교류가 있을 것 같다”라고 관측했다. 박 감독과 이 코치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박 감독은 “우리가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길이 열린다. 이 코치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우리를 통해 후배 지도자들이 더 많은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더 많은 감독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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