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그룹 난임 치료 기술
해외서도 인정할 만큼 우수"
싱가포르 메디컬 그룹의 텍 리앙 벵 CEO가 경기도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차병원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정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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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그룹이 ‘의료 한류’의 중심에 섰다. 최근 싱가포르 메디컬 그룹(SMG)과 손잡고 호주의 4대 난임센터 중 하나인 ‘CFC(City Fertility Centre)’를 인수한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호주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임 치료의 메카’로 불리는 호주에서도 차병원그룹의 탄탄한 난임 연구·치료 노하우가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병원그룹의 호주 진출 과정에 참여한 국제 의료 컨설팅 전문가인 SMG 텍 리앙 벵 최고경영자를 만나 CFC 인수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들었다.
Q : 차병원그룹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A : “SMG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피부과·산부인과 등 29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한다. 지난해 차병원그룹이 자회사인 차헬스케어를 통해 SMG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1대 외부 주주가 됐다. 개인적으로 GE·HP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때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그때 난임 치료 분야에 특화된 곳으로 차병원그룹의 이름을 자주 들었다.”
Q : 차병원그룹과 협업한 이유는.
A : “차병원그룹은 환태평양 생식의학회(PSRM) 개최, 미국 생식의학회(ASRM)의 차광렬 줄기세포상 제정, 그리고 생식의학 분야의 뛰어난 연구 업적 등으로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와 연구·교육·행정 업무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차바이오컴플렉스 등을 둘러본 뒤 차병원그룹의 경쟁력을 실감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돌아다녔지만 차바이오컴플렉스처럼 아래층에서는 학생이 공부하고 위층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이뤄지는 등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접하지 못했다. 이런 점들이 충분히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 호주의 난임 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 “호주는 1984년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 후 냉동한 배아의 착상, 출산에 성공한 난임 치료 선진국이다. 싱가포르·한국보다 앞서 난임이 과제로 대두됐던 곳이다. 현재도 전체 출산의 2%가 시험관아기 시술로 이뤄지고 있다. 난임 치료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적다. 세계 최초로 정자·난자 기부를 허용한 곳이 바로 호주다.”
Q : CFC 인수 후 차병원그룹과 SMG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A : “차병원그룹은 호주 주요 도시에 위치한 CFC의 7개 난임센터와 냉동·난자 보관, 유전자 검사 등의 사업을 직접 운영·관리한다. 호주 현지에 의료·연구진을 파견해 차병원그룹의 특화한 난임 기술과 시스템을 적용하고 공동연구나 교육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SMG는 동양계 환자 유치와 함께 추가로 차병원그룹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을 검토할 예정이다.”
Q : 차병원그룹의 생식의학 기술에 관심 갖는 나라가 많나.
A : “물론이다. 흔히 난임을 선진국만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캄보디아·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 늦은 결혼 등 선진국이 이미 겪었던 변화를 따라가는 나라가 많다. 특히 베트남은 여성의 취업률과 경제 참여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구당 평균 출산율이 2.1명으로 크게 줄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은 의료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미 난임 문제를 겪은 만큼 치료 역량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도 크다.”
Q : CFC 의료진도 인수 전 차병원그룹을 찾았을 텐데.
A : “지난해 말 CFC 의료진은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를 비롯해 차움, 차바이오컴플렉스, 분당차병원을 모두 둘러봤다. 시험관 시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아시아 최대 규모인 서울역 난임센터의 운영 프로토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호주에서는 환자가 시술 받은 다음 날 퇴원하는데, 한국은 회복실 등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지켜봤다. 난임 치료에 비용을 따지지 않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인력·시설 등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Q : 국제 의료 컨설팅 전문가로서 한국 의료의 글로벌화에 필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한국은 의료진의 역량, 치료 기술, 진료의 질 모두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해외에 진출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병원그룹처럼 경영진이 ‘오픈 마인드’를 갖고 다른 기관과 협력해 해외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한 번의 계약은 또 다른 해외 진출의 토양이 될 수 있다. 국가별 의료체계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있다. 차병원그룹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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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 리앙 벵 SMG CEO 영국 맨체스터 의대 졸업. 미국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석사. 휼렛패커드(HP) 아시아·태평양 공공부문 기업 판매 및 동남아시아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부문 총괄 책임자. 제너럴일렉트로닉(GE) 영상정보시스템 마케팅 매니저.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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