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또 하나의 주인공, 베트남 U-23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로 K리그서 큰 성과 없었지만 한국-베트남 축구계 인연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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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랭킹 112위. 베트남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은 '매직'이라는 말 이외에는 표현이 어렵다. 박항서 감독은 축구 변방 베트남 U-23 국가대표팀을 결승전까지 이끌며 '쌀딩크(쌀과 거스 히딩크의 합성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무리 축구가 '감독 놀음'이라지만, 감독 혼자서 축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히딩크 감독에게 박지성이 있었다면 박 감독에게는 르엉 쑤언 쯔엉이 있었다.
쯔엉은 6경기 전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베트남의 중원 사령관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2018년 1월 기준으로 만 22세에 불과한 쯔엉은 이미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될 정도로, 베트남에서는 스타급이다.
사실 K리그를 챙겨보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다. 두 시즌 동안 K리그 소속으로 뛴 바 있기 때문이다. 쯔엉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6년이다.
쯔엉의 한국행을 도운 에이전트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K리그에 스타 선수가 있거나 베트남의 유명 선수가 뛴다면 K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지 싶었다. 그래서 베트남 축구인들에게 선수 추천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추천 받은 선수들 중 키도 가장 컸고, 박지성 선수 어린 시절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이 대표는 쯔엉의 소속팀인 호앙아인 잘라이를 찾아가 이적 허가를 받았다.
쯔엉의 K리그 첫 소속팀은 인천 유나이티드. 최초의 베트남 K리거로 큰 기대를 받으며 입단했지만, 쯔엉의 한국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부상에 적응 문제까지 겹치며 2군 생활을 전전했다. 당시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쯔엉이 숙소 인근 편의점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
쯔엉은 결국 2016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대표는 "쯔엉이 생각보다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했다"면서 "적응도 쉽지 않았겠지만 아무래도 경기를 꾸준히 뛰지 못하니 기량 발휘가 어려웠던 것 같다. 부상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고"라고 덧붙였다.
절치부심한 쯔엉은 다음 시즌 강원 FC로 이적했다. 그러나 당시 이근호, 정조국, 문창진, 한국영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폭풍 영입'한 강원에도 쯔엉의 자리는 없었다. 쯔엉은 리그 2경기, FA컵 1경기에 출전한 끝에 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쯔엉의 K리그 도전은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에 가깝다. 그러나 쯔엉의 이적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이동준 대표가 쯔엉의 인천 입단을 돕는 과정에서 쌓은 베트남 축구계와의 신뢰 관계가 박 감독의 소개로 이어진 것이다.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보고 싶었던 박 감독과 한국이나 일본에서 새로운 감독을 찾던 베트남 축구협회의 수요가 맞아 떨어졌고, 이 대표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쯔엉의 짧은 한국 생활은 박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데다 한국의 축구 문화 또한 잘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박항서 매직'의 숨은 조력자였던 셈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1:2로 패한 베트남 U-23 대표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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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jm100@ajunews.com
백준무 jm10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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