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도 악착같은 120분 연장혈투
부임 3개월만에 ‘베트남의 히딩크’로
현지 곳곳 응원물결 ‘박항서 홀릭’
박 “선수들 자랑스러워…할 일 많다”
“거리는 붉은색과 황금색 물결이었다. 공원과 광장의 대형 스크린 앞에 사람들이 꽉 찼다.”
수많은 베트남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붉은색 바탕에 금색 별이 들어간 베트남 국기(금성홍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하는 풍경을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렇게 묘사했다. 27일 밤 중국 창저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은 베트남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비록 결승에서 아쉽게 졌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12위에 불과한 베트남 축구를 이끈 박항서 감독은 일약 ‘베트남의 히딩크’가 됐다.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폭설이 내린 창저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베트남은 우즈베키스탄과 1-1로 팽팽하게 맞서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연장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아깝게 졌다. 그러나 “베트남 팬들은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국민적 자부심에 국기를 흔들었고, 일부는 ‘베트남이 챔피언’이라고 계속 외쳤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베트남의 성인 및 23살 이하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베트남을 아시아의 축구 강국으로 변모시켰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1-2로 졌지만 이후 8강에 진출했고, 이라크와 카타르 등 중동 강호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일궈냈던 ‘4강 신화’의 재현이었다. 박 감독 아래서 조련된 베트남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악착같은’ 축구를 선보였다. 결승전까지 3경기가 120분 연장 혈투였지만 지칠 줄 모르는 투혼을 선보였다. 박 감독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1분을 못 참고 실점해서 아쉽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길래 ‘너희는 잘 싸웠다. 당당히 고개를 들어라’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대표팀에 1급 훈장을, 박 감독에게는 3급 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또 금의환향하는 박항서 감독과 선수단을 위해 하노이 시내 카퍼레이드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의 다음 목표는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중요한 성과”라며 “올해 3월부터 베트남 프로리그가 시작된다. 23살 이하 대표팀에 성인 대표가 12명이나 포함돼 있다. 프로리그를 보면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규 김창금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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