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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인터뷰]'숨은 공신' 이영진·배명호 코치가 밝힌 '박항서 매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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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는 이영진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 수석코치. 제공 | 디제이매니지먼트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모든 마술에는 비밀이 있다. ‘박항서 매직’도 마찬가지다.

이영진(55) 수석코치와 배명호(55) 피지컬코치는 박항서(59)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의 조력자다. 베트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감독이 언론과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만, 그 뒤에서 묵묵하게 일한 두 코치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코치는 박 감독과 인연이 깊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럭키금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30년 넘은 선후배 관계다. 박 감독이 베트남행을 제안하자 이 코치는 큰 고민 없이 믿고 결정했다. 배 코치는 박 감독이 2003년 포항스틸러스에서 수석코치로 일할 때 피지컬 코치였다. 이미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도 큰 무리 없이 팀워크를 만드는 배경이다.

이 코치의 경우 박 감독과 모든 것을 상의하며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감독 경험이 있어 전술, 선수 기용부터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일까지 함께 고민했다. 때로는 의견이 충돌해도 지혜롭게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코치는 스포츠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치의 역할을 감독을 돕는 것이다. 돕는다는 표현이 무조건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의견이 다르기도 하다. 그럴 때 서로 의견을 나누고 최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 감독님과 저는 그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배 코치는 피지컬이 약점으로 꼽히는 베트남 선수들의 신체능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배 코치는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집중적으로 피지컬 훈련을 실시했다. 그 덕분에 베트남은 토너먼트 라운드서 세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체력을 보여줬다. 배 코치는 “부임 후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아시아 무대지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체력, 체격도 중요하다. 주로 저녁에 피지컬 보완 훈련을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단기간에 빠르게 끌어올려야 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기 계약을 맺었던 배 코치는 베트남축구협회에 능력을 인정받아 1년 재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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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호 피지컬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제공 | 디제이매니지먼트


이 코치가 보는 박항서 매직의 비밀은 ‘현지화’다. 한국 사람이지만 철저하게 베트남 선수들 입장에서 접근했다. 베트남은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나라다. 출근 시간이 6~7시 사이다. 아침 문화가 발달한 만큼 선수들 훈련 프로그램도 아침 일찍 시작했다.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는 점을 고려해 점심식사 후에는 충분한 휴식 시간도 마련했다. 이 코치는 “우리 생각을 고집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맞춰주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야 선수들이 편하고 훈련의 능률이 오른다. 감독, 코치는 피곤하고 걱정될 수 있지만 선수들을 믿었다”라고 밝혔다.

배 코치가 꼽은 박 감독의 장점은 선수들 속으로 완벽하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배 코치는 “감독님은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옆에서 관찰하면 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100% 흡수된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 게 눈에 보인다. 감독이 그렇게 선수들과 즐겁게 훈련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님부터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팀이 잘 안 될 수가 없다. 잘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번 대회에서 나온 것 같다”라고 증언했다.

코치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숨은 영웅’이라는 표현에 민망해 했다. “다 감독님 능력 덕분이다. 감독님이 없었다면 이렇게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감독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대신 박 감독이 “훌륭한 코치들 때문에 큰 성공을 이뤘다”며 두 코치를 칭찬했다. 이 코치와 배 코치는 의심의 여지 없는 박항서 매직의 주인공이다. 한국인 코칭 스태프의 맹활약이 빛난 1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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