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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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히딩크' '마법사'.
요즘 베트남 국민은 한 사람에게 '꽂혔다'. 그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결승으로 이끈 박항서(59) 감독이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박 감독은 3개월여 만에 팀을 아시아 정상권으로 끌어올렸다.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는 자국 경기 때마다 베트남 국기를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수만 명의 시민으로 가득 찬다. 베트남 매체 '라오 동'은 "베트남 국민은 이제 '박항선'도, '박항세일'도 아닌, '박항서'라는 이름을 누구나 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박 감독 사진을 붙이고 거리를 누비는 사진이 수없이 올라와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3일 23세 이하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결승전에 진출하자 베트남 국민들이 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 [사진 은종학 국민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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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27일 오후 5시(한국시각) 중국 창저우 올림픽 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우승을 다툰다. 우즈베크는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4-1로 꺾었다. 결승전에 대한 베트남 내 관심은 '뜨겁다'라는 말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다. 베트남 항공사들은 결승전이 열리는 중국 창저우로 응원단을 실어나를 특별기를 띄운다. 항공사들은 대표선수 1명당 가족 2명의 결승전 관람 여행비용을 부담하고, 저가항공사 비엣젯은 베트남이 우승할 경우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 사진으로 항공기 동체를 래핑하기로 약속했다. 여행사들이 내놓은 결승전 여행상품도 순식간에 매진됐다. 베트남 전역에서 대규모 야외 응원전도 열린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베트남 각계각층의 반응도 뜨겁다. 베트남 매체 '하노이 모이'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박항서 감독과 우수 선수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26일 전했다. 앞서 푹 총리는 두 차례나 박 감독에게 축하 서신을 보냈고, 준결승전에서 카타르를 꺾은 뒤엔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했다. 베트남 정부는 28일 대표팀이 귀국하면 하노이에서 카퍼레이드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3일 23세 이하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결승전에 진출하자 베트남 국민들이 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 [사진 은종학 국민대 교수] |
레비엣 하이 호아빈 건설그룹과 베트남 완성차업체는 박항서 감독에게 자동차를 선물할 예정이다. 하이 회장은 "국가를 강하게 이어주는 큰 기쁨을 선사했다"며 박 감독 업적을 극찬했다. 베트남 통신사 비나폰은 23억 동(약 1억1000만원)가량의 현물을 대표팀에 제공키로 했고, 한 기업은 20억 동(약 9400만 원)짜리 집 한 채를 박 감독에게 선물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 덕분에 현지의 한국인 위상도 높아졌다. 하노이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두호(41) 씨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박 감독 덕분에 거의 사라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박 감독을 거의 대통령급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베트남 국민이 박항서 감독에게 열광하는 건 단순히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단기간에 베트남 선수들을 변화시킨 과정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베트남 매체 '팝 루아트'는 "박항서 감독은 열정적이고 선수들을 가족처럼 챙긴다. 선수들과 모든 걸 나누면서도 자상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갖고 지도한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들은 박 감독의 선수 시절과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코치 시절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베트남 축구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동남아 축구사 새로 쓴 박항서 (쿤산<중국> VNA=연합뉴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공식 훈련에서 선수에게 지시하는 박 감독. 2018.1.24 photo@yna.co.kr/2018-01-24 22:38:48/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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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을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에서 박항서 감독은 "우즈베크 같은 완벽한 팀의 약점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머리가 아프다"고 상대를 치켜세운 뒤, "차분하게 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뛰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자신 있게 하겠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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