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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은행에 책임 맡겨서 가상통화 투기 잡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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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3일 가상통화 거래소 현장조사 결과 및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상통화 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일련의 대책 중 하나이다.

예상대로 관리는 엉망이었다. 일부 거래소는 은행에 개설된 법인 계좌를 통해 자금을 모아 이를 거래소 대표자나 임원 명의 계좌로 분산 이체했다. 한 계좌에 자행-타행 금융거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금세탁 소지도 다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점검의 촉박성을 들어 구체적인 불법행위는 밝히지 못했지만 횡령, 시세조종 등의 행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은행들에 거래소가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준수하는지 등 내부통제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시스템 안정성, 고객 보호장치 등을 갖춘 거래소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서비스 중단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의심거래가 적발되면 금융정보분석원을 거쳐 검찰, 경찰, 국세청 등에 통보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관세청은 국가 간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입한 뒤 한국 거래소에 판매해 차익을 노리는 원정투기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정부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과열 해소책을 수립하는 한편 시세조종 등 범죄에는 단호히 대처하는 두 갈래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전면 폐쇄가 몰고올 파장을 감안하면 시장을 진정시켜가면서 질서 있는 퇴장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당연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거래소를 간접 통제하는 방식으로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당장 하루 1000만원을 의심거래의 기준으로 정했지만 여러 거래소에서 분산 입금할 경우 그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은행들에 자금출처를 조사토록 하는 등의 통제 방식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의 잇단 경고에도 광풍은 여전하다. 다음달 한국에 진출을 준비 중인 중국 최대의 거래소인 오케이코인에 이미 15만명이 사전 등록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무엇보다 대책을 만들기에 앞서 가상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으로도 인정하지 않는 애매한 상태로는 규제하기 어렵거니와 대책을 내놔도 약발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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