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통증 관리다. 통증을 줄여 활동량을 유지하고 주변 조직을 튼튼히 유지해야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최근에는 통증 관리에 약물·주사·내시경 등 비(非)수술만큼 한의학(침술)이 활용된다. 침을 이용해 엉킨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염증을 해소한다. 지난 10년간 침술로 수천 명의 무릎을 치료해온 이건목 원리한방병원장을 만나 퇴행성 관절염에서 침술의 효과와 방법을 물었다.
이건목원리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이 무릎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해 엉킨 조직을 푸는 데 쓰는 도침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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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안 아프니 살맛 납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이건목원리한방병원에서 만난 64세 권모(대구시)씨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틀 전만 해도 계단을 오를 때 난간을 잡아야 했다던 그는 즉석에서 양반다리를 할 만큼 무릎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한 달 전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으로부터 ‘무릎 연골(반월상연골판)이 파열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걷는 데 큰 무리가 없었고, 수술이 자칫 퇴행성 관절염을 앞당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서울에 사는 딸의 권유로 이 병원에서 침 시술을 받고 하루 만에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이날 오후 퇴원해 집 근처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엉킨 근육 풀어 혈액순환 개선
퇴행성 관절염 초기에는 운동·약물·주사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실시한다. 통증을 줄이면서 물리치료로 주변 조직을 강화하면 연골이 받는 부담이 줄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손상된 연골을 내시경으로 정리하는 비수술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시경 수술의 치료 효과는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013년 의학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연구를 보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 351명을 대상으로 내시경 수술을 받은 쪽과 물리치료만 받은 쪽을 구분해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6개월, 1년 후 양쪽의 관절 기능과 통증 점수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건목 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 목적은 연골을 최대한 유지해 수명이 한정된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가능한 늦추는 것”이라며 “연골 자체에 손을 대는 것보다 주변의 인대·근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다른 치료를 시도할 때 위험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퇴행성 관절염의 한의학적 치료법은 현대 의학의 비수술 치료와 맞닿아 있다. 통증을 일으키는 연골 주변 조직을 바로잡고 혈액순환을 도와 스스로 버틸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과거에는 길이가 짧고 가는 ‘호침’을 써서 무릎의 혈류량을 늘리는 방법을 썼다. 지금은 한 단계 나아가 끝이 예리한 ‘도침’과 뭉툭한 ‘원리침’을 활용해 엉킨 조직을 직접 치료한다.
MRI·X선 영상으로 정확도 높여
일반 한의원에서 쓰는 ‘호침’과 같이 도침 역시 흉터가 남지 않는다. 시술 후 1~2일 내 퇴원이 가능할 만큼 회복 속도도 빠르다. 국소마취로 시술해 신장·간 질환자나 암 환자,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층도 큰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반면 효과는 크다. 이 원장이 지난해 12월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56명을 대상으로 도침 시술을 한 결과 10명 중 8명에게서 통증·강직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 이 원장이 10년 전 국내에 도침을 도입한 이래 5000여 명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이 시술을 받았다. 환자 만족도는 95%에 달한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침. 위부터 원리침, 약도침, 일반 도침, 소도침. |
도침은 끝이 예리하기 때문에 시술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이 원장은 “시술 부위와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치료 전 환자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X선 영상을 충분히 파악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추가로 촉진을 통해 약해진 근육과 인대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해 치료 정확도를 높인다. 무릎 뚜껑뼈(슬개골)를 움직이거나, 근육·인대를 밀고 당기는 등의 촉진법은 무려 15가지에 달한다. 이건목 원장은 “침 시술을 할 때는 뼈를 기준으로 잡고 해부학 지식과 촉진을 바탕으로 탈이 난 조직을 치료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리침은 끝 부분이 둥글고 도침보다 두 배가량 길다. 염증 부위가 넓고 신경·혈관이 몰린 부위는 원리침으로 막힌 부분을 풀어내 치료한다. 이 원장은 “도침·원리침으로 연골 주변 조직을 풀어주면 혈관을 통해 산소·혈액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염증과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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