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경험자 62% 2차암 검진 안 해
치료 과정서 혈액·골수 기능 저하
2차암 가능성 일반인의 최고 20배
한 번 암을 경험한 환자는 일반인보다 두 번째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첫 번째 암에 따라 더 잘 생기는 암도 다르다. 새 부위에 새로운 형태로 생기는 2차암은 기존 암의 재발·전이와 달리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추적해 관찰하던 곳과 전혀 다른 곳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차암 역시 예방과 조기 진단에 신경 써야 예후가 좋다. 오는 2월 4일 ‘암의 날’은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2차암을 준비하는 ‘앎의 날’로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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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처음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A씨(77)는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를 잘 버텨내고 5년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한 그는 지긋지긋했던 병원을 수년간 멀리했다. 그리고 얼마 전 복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간암이 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낙담한 A씨는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하고 현재 완화 치료를 받고 있다.
암 환자에게 다시 암이 생길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최고 20배 높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2차암에 대해 잘 모른다. 재발·전이와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철민 교수는 “2차암은 새 부위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 기존의 암을 추적 관찰하는 데만 집중하다 다른 암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민 교수에 따르면 암 경험자 중 38% 정도만 2차암과 관련한 검진을 받고 있다. 33.5%는 2년 동안 암 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번한 2차암은 백혈병
의료계에서도 처음 생긴 원발암과 2차암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암 종류에 따라 다음에 어떤 2차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예측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월 유명 국제학술지(JAMA Oncology)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74만여 명의 암 환자 중 18.4%가 이미 암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나이에 따라 많이 발병하는 2차암의 종류도 달랐다. 65세 이상에선 2차암 중 백혈병(37%)과 뼈·관절암(34%), 방광암(33%)의 발병률이 높았다. 65세 미만에선 백혈병(25%)과 항문암(18%), 폐암(15%)이 많이 발견됐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는 “암 치료 과정에서 혈액이나 골수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또 다른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백혈병과 육종암”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의 적은 흡연·비만·HPV
2차암이 생기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단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는 있다. 첫 번째 암과 2차암이 같은 이유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흡연과 비만,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대표적인 경계 대상이다. 2차암 중 30% 정도는 이들과 관련돼 있다. 흡연은 폐암뿐 아니라 두경부암·식도암·방광암·신장암 등과 연관돼 있고 비만은 대장암·유방암·자궁내막암·위암 위험을 높인다.
국가 권장 암 검진은 필수
2차암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에 대비하려면 기존 암을 추적 관찰하면서 다른 암 검진도 잊지 않아야 한다. 2차암이 생겨도 일찍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다.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후 2차암까지 겪은 환자 중 47%가 10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조사됐다. 6개월~2년 주기로 국가에서 권장하는 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암 검진은 필수다. 담당 의사에게 2차암에 대해 묻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첫 번째 암과 관련된 2차암이 무엇이고 어떤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묻는다. 가령 대장암 환자라면 2차암 가능성이 높은 전립샘암 조기 진단을 위해 초음파나 혈액검사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예방 차원으로는 금연과 체중 관리에 신경 쓰고 운동 전문가의 지도 아래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는 “많은 암 환자가 치료 후 피로와 불면증, 재발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무작정 쉬는 경우가 많다”며 “컨디션에 따라 복직하는 등 일정 수준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2차암 예방과 삶의 질 관리에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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