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시가 있는 월요일] 겨울비에 관한 사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멀리… 자정에 가까울수록

구겼다 다시 펼치는 은박지 소리로

겨울비 쏟아집니다

흩어졌다 모이는 물새들의 발자욱

슬픔들 기쁨들 떼로 몰려

기억의 뒤란 봉당 왁자히

궂은비 겨울비 쏟아집니다

오, 흩어졌다 모이는 물새들의 발자욱

내마음

그대 비애의 푸른 물이랑 가까이

소라고동처럼 덧없이 열리며 여울지며

나아갑니다

- 김명리 作 <겨울비>

겨울비에는 사람을 독특한 감상에 젖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차가운 밤 지붕을 때리는 겨울비 소리는 그리운 것들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싹을 돋게 하거나 열매를 맺게 하는 비가 아니기 때문일까. 겨울비는 유독 사람을 사색에 빠지게 만든다.

시인은 '구겼다 다시 펼치는 은박지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겨울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다가 푸른 빗물에 섞여 어디론가 함께 흘러간다. 흘러간 그곳에는 아마도 떠나간 그대가 살고 있지 않을까.비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만 흘러간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다는 듯, 빗물은 언제나 몸을 낮추고 그리운 쪽으로 하염없이 흘러간다.

[허연 문화전문 기자(시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