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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정부는 안된다는데…저소득층일수록 조기교육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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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 정부가 나서야 교육 격차 줄인다”

아시아경제

[이미지 출처=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정부가 공교육을 통한 조기 영어교육을 축소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조기교육’이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화제다.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 1~2학년 정규수업에서 영어를 제외시킨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방과 후 영어수업도 금지키로 했다. 지나친 선행학습이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방과 후 영어수업 수강료는 월 3~10만원 수준으로 사설 학원보다 2배 이상 비용이 적게 든다.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라도 큰 부담 없이 방과 후에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방과 후 영어수업이 폐지되면서 저소득층 자녀들은 영어를 배울 기회를 잃게 됐다. 문제는 영어가 정규교육으로 편성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다. 사교육을 받은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의 교육 격차가 벌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녀의 사교육 여부는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될 수 있어 부유층과 저소득층 자녀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어 뿐 아니라 모든 학문을 교육하는데 있어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들의 잠재력 발휘 여부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엘리엇 터커 드롭 텍사스 대학 심리학 박사는 다양한 소득과 인종을 가진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750쌍을 대상으로 각종 수행능력을 점수화했다. 그 결과 생후 10개월까지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14개월 이후부터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소득이 클수록 수행능력 점수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참고로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터커 드롭 박사는 “부유층 자녀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모 밑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교육을 받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은 공교육을 받기도 전에 뒤처진다”며 “오히려 조기교육은 부유층 자녀보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더욱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가정 환경이 자녀의 지적 발달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도 조기교육의 힘을 강조한 바 있다. 제임스 헤크먼 교수는 정부가 아동들의 조기교육에 개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향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감소할 수 있어 교육지원은 다른 사회간접자본 투자보다 효율적이라고 했다.

또 아동의 조기교육이 성인기까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임스 헤크먼 교수팀은 저소득층 흑인 어린이 123명을 대상으로 좋은 수준의 조기교육을 받은 집단(A)과 그렇지 않은 집단(B)을 나누고 수십 년이 지나 이들이 40세가 됐을 때 비교한 결과 A집단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B집단보다 20% 높았고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 결혼유지기간도 더 길었고 복리후생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정도도 낮아 조기교육이 학업 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공교육 축소를 통해 조기교육과 선행학습 열풍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교육현장의 혼란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 등을 고려해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이 보류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한 상황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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