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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전희경, 페미니스트 교사 콕 집어 자료 요구…권한남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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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유한국당 의원, 해당 학교에 “병가 사유 공개하라” 공문

전 의원실 “동성애·혐오 교육했다는 학부모 항의 확인차”

“국정감사·인사청문 대상도 아닌데 요구 지나쳐” 비판 목소리



한겨레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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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교사를 특정해 ‘병가 휴직 사유서’와 인터뷰·연재·출판 등에 관련한 학교의 결재 보고서 등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송파 위례별초등학교 최현희 교사는 8일 전희경 의원실이 보낸 자료요구서를 공개하며 “국회의원이 그렇게 할 일이 없어서 교사의 인터뷰·출판·기고 활동에 간섭하고 나섭니까. 당신들이 교사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너무 잘 알겠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최 교사는 지난해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인권의 문제다. 또 페미니즘으로 아이들이 우리 공교육의 교육과정 중 하나인 비판적 사고능력을 길러낼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우리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합니다”…리베카 솔닛도 동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위례별초등학교에 보낸 공문을 보면, 최 교사의 △병가 휴직 사유서 내용 (병가 시 절차 및 근거) △재직(병가) 중 외부 강의 활동, 출판, 신문연재 가능 여부 및 근거, 절차 △병가 중 외부 일정들에 관한 학교의 결재 보고서, 외부 강의에 나갈 때마다 보고한 내용 △신문 인터뷰 및 연재에 관한 학교의 결재 보고서 △교사가 공동저자로 책 출판에 관련한 학교의 결재 보고서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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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서울 위례별초등학교에 보낸 공문/최현희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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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교사가 동성애 교육·혐오 교육을 한다며 위례별초등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이 우리 의원실로 항의를 해왔다. 학교 쪽이 학부모들에게 입장을 설명해주겠다고 하면서도 충분한 설명이 없어 직접 의원실을 찾아 온 것”이라며 “(최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것을 가르쳤다는데 (의원실도) 동의를 하기 때문에 자료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의원의 자료요구를 두고 국정감사·조사나 인사청문 등을 위해 주어진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행정부 등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나 조사 등 헌법상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행정부 견제차원에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법 122조는 정부를 상대로 한 서면질문 권한을, 국정감사법은 국정 전반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 권한을,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 안건 심의 또는 국정감사와 관련한 서류제출 요구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법



제122조(정부에 대한 서면질문) ①의원이 정부에 서면으로 질문하려고 할 때에는 질문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②의장은 제1항의 질문서가 제출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정부에 이송한다.

③정부는 질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하여야 한다. 그 기간내에 답변하지 못할 때에는 그 이유와 답변할 수 있는 기한을 국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감사 또는 조사의 방법) ①위원회·제5조의 소위원회 또는 반은 감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그 의결로 감사 또는 조사와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등의 제출을 관계인 또는 기관 기타에 요구하고,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검증을 행할 수 있다. 다만, 위원회가 감사 또는 조사와 관련된 서류등의 제출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1이상의 요구로 할 수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증인출석등의 의무) 국회에서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관련하여 보고와 서류 및 해당기관이 보유한 사진·영상물(이하 "서류등"이라 한다)의 제출 요구를 받거나, 증인·참고인으로서의 출석이나 감정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

제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ㆍ서류등의 제출) ①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무부장관의 소명이 증언등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5일이내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법에 명시된 경우가 아니라도 의원실에서 자료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해당 교사가 인사청문 대상자나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도 아닌데 개인에 대한 ‘신상털이’식 자료요구는 이례적”이라며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정감사법 제8조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중인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가 휴직 사유’ 등에 대한 전 의원의 자료 요구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공개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퍼 나른 정두언·김용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에게 전교조에 1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을 하면서 “공적 생활에서 형성됐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라고 밝혔다.

반면 교문위 소속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공립초등학교 선생님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고 본다”며 “그동안 전교조 활동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의원실에서 지적해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공무원이 휴직 중이든, 병가 중이든, 재직 중이든 간에 공무원은 공무원인 동시에 일반 시민으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재직 중이라도 근무 외 시간에 개인적으로 언론 활동이나 개인적인 표현 활동을 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헌법재판소도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 발현인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우월적 기본권’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라고 하더라도, 일반 시민의 지위에서 자신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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