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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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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뇌졸중 환자 소생 골든타임은 3시간, 재활치료는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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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재활치료 시작 언제할까

미국 지침은 발병 후 72시간 내

최근 24시간 내 시작 주장 제기

“질병 극복 확률 20~70% 높아”

김덕용 교수의 건강 비타민

중앙일보

50대 뇌졸중 환자가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호흡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해 9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받고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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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65·서울 동작구)씨는 2016년 11월 집 화장실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진단 결과 뇌 왼쪽 부위(대뇌반구)에 뇌출혈이 발견됐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후유증이 있었다. 마비가 와 오른쪽 손과 다리를 잘 움직일 수 없었다. 지팡이에 의지해 한 발짝씩 걸었다. 수술한 의사가 한씨에게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병원을 알려줬다. 하지만 한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재활운동을 하지 않고 주로 누워서 지냈다. 관절이 점점 굳고 근력이 떨어졌다. 지팡이를 써도 걷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일어서다가 넘어져 넓적다리뼈가 부러졌다. 또 한 번 수술을 받은 뒤 뼈가 붙을 때까지 4개월을 누워서 지냈다. 퇴원 후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뇌졸중 환자는 59만여명이다. 뇌졸중은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 일부분이 크고 작은 손상을 입는 것이다. 뇌졸중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연간 수십만 명에 달한다. 뇌졸중 때문에 후천적 장애인이 된다. 뇌가 담당하는 인지·기억·언어 등의 기능이 손상되고 몸이 뜻대로 움직임이 않는다.

재활치료는 뇌졸중 장애를 최소화하거나 발병 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시작 시점이다. 뇌졸중 응급 수술(시술 포함)을 마친 뒤 몸이 좋아지면 재활치료를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퇴원 후 재활치료? 잘못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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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가 기구를 이용해 바로서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 환자는 스스로 서 있거나 걷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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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재활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미국의 진료 지침은 뇌졸중 발생 후 72시간(3일) 안에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동안의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뇌졸중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재활을 시작할 때 입원 기간이 줄고 신체 기능이 잘 회복됐다. 재활치료를 얼마나 오래 했느냐보다는 얼마나 빨리 시작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탈리아의 여러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뇌졸중 환자 1716명을 조사했더니 재활치료 시작 시점이 늦을수록 기억·언어 장애 등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 1주일 이내 재활치료를 시작한 그룹을 1로 할 때 15~30일 이내 시작 그룹의 장애 정도는 2.11배였다. 한 달 이후에 시작한 그룹은 2.12배였다(물리의학재활치료지, 2003).

고모(49·경기도 고양시)씨는 지난해 7월 왼쪽 팔·다리 마비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뇌경색이었다. 혈전을 녹이는 시술을 받고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입원했다. 발병 이틀째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물리치료사가 팔·다리를 움직여 줬다. 누운 상태에서 스스로 돌아누워 일어나 앉게 연습했다. 하루 10~15분 재활치료를 받았다. 5일째에는 재활의학과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하루에 한 시간 비스듬한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고, 서고, 걷는 연습을 했다. 전동 자전거에서 페달을 돌리는 운동을 하며 근력을 길렀다. 고씨는 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왼팔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혼자 서거나 걷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 뒤 퇴원할 때는 팔을 들어 올리고,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고씨는 처음 재활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고 우울한 증세를 보였다. 젊은 나이에 닥친 뇌졸중의 충격이 컸다. 하지만 의료진의 권고를 잘 따랐고, 가족도 용기를 북돋워 줬다. 퇴원 후에도 병원에 다니며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그랬더니 발병 6개월 뒤에는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터치할 만큼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걸음걸이는 자연스러워졌다. 고씨가 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어서 뇌졸중 후유증 극복이 좀 더 쉬웠을 수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재활치료를 빨리 시작한 덕분으로 봐야 한다.

최근에는 뇌졸중 재활치료 시작 시점을 발병 72시간 이내에서 24시간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주 국립뇌졸중연구소·멜버른대학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 71명을 발병 후 24시간 안에 조기에 재활치료를 시작한 그룹(38명)과 그 이후 표준 치료를 한 그룹(33명)으로 나눠 합병증·장애 정도를 비교했다. 석 달만에 뇌졸중을 잘 극복하는 사람의 비율이 조기 재활치료 그룹은 39.5%, 표준치료 그룹은 30.3%였다. 6개월 만에 극복한 사람은 조기 그룹 41.7%, 표준 그룹 34.4%, 12개월 만에 극복한 사람은 조기 그룹이 38.9%, 표준 그룹은 24.2%였다. 24시간 안에 재활을 시작하면 병을 극복할 확률이 20~70% 높다고 볼 수 있다(국제학술지 Stroke, 2008). 뇌졸중 수술이 끝나면 바로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치료 비용 환자 부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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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뇌졸중 환자


그동안 뇌졸중 치료는 환자를 살리는 응급치료에 치중됐다.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는 데 필요한 골든타임(3시간)이 많이 강조됐다. 상대적으로 재활치료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하지만 응급치료를 잘 받아도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해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어야 삶의 질이 올라간다.

재활치료 시작 시점 판단은 의료진의 몫이긴 해도 환자도 조기 재활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뇌졸중 수술·시술을 받았을 때 합병증을 예방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관절 운동 ▶어깨·발목 보조기 사용 ▶변비 예방을 위한 물 마시기 ▶배뇨·배변 연습 같은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

조기 재활치료를 이야기하면 일부 보호자는 “큰 수술을 받고 제대로 회복하지 않았는데 재활치료는 무리다. 퇴원 후 집에 가서 재활치료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조기 재활은 뇌졸중 이후 혈전·욕창·변비·폐렴, 관절 굳어짐 등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가정으로 복귀해 삶의 질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뇌졸중 치료의 끝은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아니다. 재활치료가 마무리돼야 끝난다. 뇌졸중 재활치료에는 환자 부담금 특례가 적용돼 한 달간 5%만 내면 된다. 일반 환자(20%)보다 낮다. 한 달 지나면 20%가 된다.

시야 흐려지면 뇌졸중 재발 의심
뇌졸중 환자는 재발을 예방하고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퇴원 후에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으면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싱겁게 먹고 채소·생선을 챙겨 먹어야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금연·금주하고,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한쪽 시야가 뿌옇거나 두통·울렁거림이 있으면 재발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119로 전화해야 한다.

◆김덕용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뇌신경재활학회 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 정보이사, 대한재활의학회 학술이사, 대한연하장애학회 대외협력이사



김덕용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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