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 암·심장병 우려
호르몬 치료 기피하지만
약제 복용 땐 사망률 31% 낮아져
폐경 초기에 시작해야 효과
여성은 보통 50세 전후 폐경에 이른다. 폐경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난소가 노화하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자궁 내막을 두껍게 하고 질과 방광의 점막을 보호한다. 뼈를 튼튼하게 해 골밀도를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춘다.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것도 막아 준다.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해 신체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초기에는 안면 홍조, 땀, 불면증,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증세가 나타난다. 2~3년이 지나면 비뇨생식기계에 적신호가 켜진다. 질과 요도가 건조해져 성관계할 때 통증이 심하고 방광 기능이 약해져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5~6년 후에는 뼈 형성이 잘 안 돼 골다공증 발생이 증가한다. 혈관 보호 기능도 떨어져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고 복부 비만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9만7393명이 이런 폐경기증후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폐경기증후군 환자 50대 가장 많아 |
호르몬 치료가 이런 순기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몬 치료의 득이 실보다 크다고 말한다. 이정렬(대한폐경학회 보험위원장)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가 있는데 과장됐다”며 “병행요법(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을 썼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미국의학협회지에 폐경 여성 2만여 명을 대상으로 18년간 추적 관찰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연구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50~59세 폐경 여성이 호르몬약을 복용하는 동안 유방암·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그 약을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31% 낮았다. 약을 끊은 뒤 10년이 지났을 때는 사망률이 11% 낮았다. 신정호 교수는 “폐경 10년 이내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에 긍정적 효과가 많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호르몬요법은 폐경 후 언제 시작하느냐가 핵심이다. 폐경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시작하는 게 효과가 크다. 증상이 심한 사람이 더 효과를 본다. 다만 전문가들은 ▶60세 이상 여성(치료 시작 시점) ▶유방암·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은 여성 ▶동맥경화·뇌졸중 같은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있는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호르몬 치료는 먹는 약, 바르는 약, 질 속에 넣는 약 등 형태가 다양하다. 요즘에는 먹는 약이 간편해 가장 많이 쓰인다. 한 달에 평균 1만원 정도 든다. 약을 먹고 한 달 후부터 증상이 줄기 시작해 6개월이 되면 거의 사라진다. 복용 초기에는 유방이 팽창하는 느낌이 들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속이 더부룩하고 전신이 붓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약을 바꾸면 대부분 증세가 사라진다. 복용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정렬 교수는 “5년 이상 복용한 후 약을 잠시 끊게 한다”며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폐경기 여성은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건 골다공증과 복부 비만이다. 한국인 중에는 뼈·근육 건강과 밀접한 비타민D가 부족한 여성이 많다. 비타민D는 햇빛을 쬘 때 체내에서 만들어진다.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산책하면서 햇빛을 쬐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복부 비만을 막기 위해선 기름진 음식보단 채식 위주로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도움이 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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