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 완만하고 끝 둥근 나사
친수성 물질로 처리한 표면
티타늄+지르코늄 소재 좋아
한국은 치과 임플란트 강국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임플란트 대중화가 진행됐다. 틀니 대신 저작 능력이 우수한 임플란트 선호도가 높은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정작 임플란트 품질에 대한 환자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임플란트는 제품에 따라 적용 범위, 성공률, 장기 안정성, 임플란트 주위염 발생률 등이 달라진다. 게다가 임플란트는 치아·잇몸 건강과도 밀접한 요소다. 임플란트를 안전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선택·관리법을 소개한다.
임플란트와 자연치는 겉으로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자연치 뿌리에는 입속 세균의 침입을 막는 가느다란 섬유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입속 세균을 막는 일종의 방어막이다. 반면 임플란트는 잇몸 뼈와 임플란트 표면이 곧바로 결합해 있다. 강동경희대 치과병원 보철과 이성복 교수는 “임플란트 주변 잇몸은 입속 세균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염증이 심해지면 임플란트의 수명도 짧아진다.
임플란트를 오래 사용하려면 제품 선택과 사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사진은 강동경희대병원 이성복 교수가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모습. 프리랜서 박정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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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 재생·회복 가속, 세균 감염 차단
임플란트를 오래 쓰기 위해서는 상처 난 잇몸의 재생·회복 속도를 높여 입속 세균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임플란트의 나사 디자인, 표면 처리 기술, 재질에 의해 달라진다.
먼저 임플란트의 나사 디자인은 각도가 완만하고 끝이 둥글수록 좋다. 임플란트를 고정할 때 잇몸 손상을 최소화해 잇몸 뼈와의 결합을 촉진한다. 표면 처리 기술은 잇몸의 치유·재생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단백질을 끌어당기는 생체 친화적 친수성 표면 처리 방식으로 마무리해야 임플란트와 닿는 잇몸 뼈에 혈액 공급량이 늘어난다. 그래야 잇몸 뼈 회복이 더뎌 임플란트 이식이 힘들었던 당뇨·암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플란트 표면을 친수성 물질로 처리한 임플란트를 이식한 당뇨·방사선 치료 환자군의 임플란트 성공률은 100%였다. 재질도 중요하다. 티타늄·지르코늄 합금 재질로 만든 임플란트는 기존 티타늄 재질 임플란트보다 강도가 80% 정도 높다. 그만큼 임플란트 뿌리에 해당하는 지주대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잇몸 뼈를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임플란트가 잇몸 뼈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결합해 임플란트의 장기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한 임플란트 제품(록솔리드 SLActive)도 나왔다. 연세대 치과병원 치주과 정의원·조규성 교수팀은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환자 346명(임플란트 개수 902개)을 대상으로 수술 후 2~17년 동안 정기 구강 검진을 통해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어떤 임플란트 제품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수술 실패율이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물론 잇몸의 상태나 시술자의 숙련도가 비슷하다는 가정에서다.
임플란트의 유지·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임플란트는 한번 심으면 같은 것으로 평생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오래 타려면 엔진오일·타이어 같은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갈아주듯 잇몸 염증이 심해지면 망가진 임플란트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임플란트의 경우 브랜드별로 부품이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결 부분이 정확하게 맞물리지 않아 나사가 풀어질 수 있다. 만일 임플란트 부품 생산·공급이 중단되면 의도하지 않게 재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제품별 수술 실패율 4배 이상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임플란트 품질 차이에 대한 인식은 낮다. 임플란트 전문기업 스트라우만은 최근 올바른 임플란트 선택을 돕기 위한 임플란트 인식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임플란트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치과의사의 경험과 신뢰도(36.6%)였다. 그다음으로 사후 관리 지속성(25%), 지인의 경험 및 추천(9.8%)이 뒤를 이었다. 임플란트 품질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만일 임플란트 브랜드에 따라 장기 안전성 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어떨까. 응답자의 85%는 ‘추가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신뢰도가 높고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가능한 프리미엄 임플란트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임플란트 품질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흡연·방사선 치료 등으로 잇몸 회복력이 떨어져 있는 지인에게 어떤 임플란트를 추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1%가 ‘임상 데이터가 풍부한 임플란트를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성복 교수는 “임플란트는 한번 심으면 10년 이상 오래 써야 한다”며 “비용적 측면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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