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폭음에 기름진 안주
급성 알코올성 간염 불러
엽산도 훌륭한 간 청소부
과음·과식에 지친 간 돌보기
직장인 김모(42)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다. 평소 술을 즐겨 하는 탓에 간에 약간의 지방이 낀 것이 관찰됐지만 간 수치(ALT)는 정상(40IU/L 이하)이었다. 검진 전 일주일 정도 금주한 것이 통한 것이다. 그는 올 연말 술을 마음껏 마시기로 했다.
한국인의 간 건강 상태는 좋지 않다. 지난해 만성 간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성인 환자 수만 약 160만 명이다. 만성 간 질환자는 남녀 모두 40~50대가 가장 많다. 음주·과식·스트레스 등으로 간의 5% 이상이 지방인 ‘지방간’ 환자도 2012년 약 26만 명에서 지난해 약 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용 교수는 “정확한 간의 상태는 혈액과 초음파, 조직 검사 결과를 종합·분석해 판단하기 때문에 하나의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다”며 “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가 정상이라며 안심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적당한 양의 술을 마신 뒤 간에서 이를 해독하는 데 하루 정도가 걸린다. 과음을 했다면 2~3일이 필요하다. 간이 쉴 시간을 주지 않고 연이어 폭음을 하면 ‘급성 알코올성 간염’이 생길 수 있다. 간이 해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마시면 간세포가 심하게 손상되는데, 이렇게 생긴 염증이 바로 급성 알코올성 간염이다.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얼굴이 붓고 전신 피로감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소화불량에 변비·설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해지면 황달 때문에 소변이 누렇게 나온다. 박 교수는 “염증이 심하지 않다면 일주일 안에 낫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급성 간부전으로 간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은 ‘해독 공장’이다. 술·약물 같은 독성 물질이 들어오면 산화·분해·변화시킨 뒤 무독성 물질로 만들어 배출한다.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나가거나 담관을 거쳐 대변으로 빠져나간다. 간이 건강하고 깨끗해야 독성 물질이 간 내에 쌓이지 않는다. 간의 기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담즙’도 생산한다. 담즙이 잘 분비되고 장과 간 사이의 순환이 원활해야 속이 편하고 간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술과 기름진 음식 모두 간에는 ‘독성 물질’이다. 부득이하게 참석해야 하는 술자리가 많더라도 항상 간 건강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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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주요 역할
해독 작용 및 노폐물 제거
독성 물질(술·약물) 체내 유입 시 무독성으로 바꾼 뒤 배출
담즙 생산 및 지방 소화
하루 1L의 담즙 생성
담즙은 지방 소화와 장운동 촉진
UDCA의 효과
간에서 해독 작용하는 효소 활성
배설 촉진하는 배설수송체 활성화
담즙 분비 촉진
함께 섭취하면 좋은 영양소
비타민 A·B·C·E, 엽산
무기질(칼슘·아연·망간)
피토케미컬(마늘·파프리카 등)
섬유질(양파·양배추 등 각종 채소)
음주 전 배 든든히, 음주 중 물 많이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하는 ‘65세 이하의 하루 적정 음주량’은 남성의 경우 하루에 소주 3잔(120㏄), 맥주 3잔(750㏄), 양주 3잔(75㏄) 정도다. 여성은 이보다 한 잔씩 적다. 이보다 많이 마시면 ‘과음’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정 음주량을 지키기는 어렵다. 그럴 땐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지키도록 한다.
먼저 술자리 전 식사로 배 속을 든든히 하고 술을 마시는 중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술자리에 따라오는 ‘기름진 음식’도 경계 대상이다. 지방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위장에서 알코올을 흡수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자칫 ‘술이 잘 받는다’고 착각해 오히려 술을 더 마시게 된다. 간에는 해롭다. 술안주로는 생선회 한 접시나 두부김치, 달걀말이 같은 단백질 안주를 추천한다. 질 좋은 단백질은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선회 등 단백질 안주 좋아
이런 원칙을 지키기 어렵다면 틈틈이 간 기능을 돕는 성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술·지방이 섞인 ‘독성 폭탄’이 들어왔을 때 해독 및 노폐물 배출 작용을 활성화해 깨끗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곰의 쓸개(웅담)에서 유래한 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대표적이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 간의 혈류량을 높여 장과 간 사이의 순환을 돕는다.
음주 시 간 건강을 해치는 행위
폭탄주·이온 음료 술과 이온 음료를 섞어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 급상승
기름진 안주 술과 함께 먹으면 술을 천천히 취하게 해 과음 유발
잦은 음주 1~2일마다 음주 시 간세포 회복 시간 부족, 염증 발생
해장라면 라면의 일부 식품 첨가물이 간의 해독 작용 방해
지방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담즙의 분비도 촉진한다. 간의 기능을 도와 ‘청소 도우미’ 역할을 하는 셈이다. UDCA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안전한 성분이다.
이 물질은 다양한 영양소와 함께 섭취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간이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 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리보플라빈 같은 비타민B군과 함께 섭취하면 면역력을 높이고 피로 해소를 도울 수 있다. 엽산은 간에 유입된 지방과 담즙의 흐름을 촉진해 UDCA와 함께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칼슘·아연·망간 같은 무기질은 체내로 들어온 중금속과 독성 화합물을 제거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또 섬유소가 많은 양파·양배추 같은 채소는 독소를 대변으로 배출할 때 도움이 된다.
UDCA에는 간 수치와 피로도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팀은 간 수치가 정상을 벗어난 만성피로 환자 168명 중 절반의 참여자에게 UDCA 성분을 하루 3회, 총 150㎎씩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들의 간 수치는 8주 후 평균 13% 정도 낮아졌다.
UDCA를 섭취한 참여자 중 80%는 피로도 수치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섭취하지 않은 나머지 참여자는 간 수치에 변화가 거의 없었고 피로도 역시 46% 정도만 정상으로 돌아왔다. 박준용 교수는 “간혹 과음하는 게 마음에 걸려 간에 좋다는 건강 보조 식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사람도 있다”며 “근데 이런 식품을 농축시켜 섭취하면 간에 부담을 주거나 개인에 따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간 건강 보조 식품으로는 상황버섯·헛개나무·다슬기즙·붕어즙·장뇌삼 등이 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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