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심화, 갈등·반목 파문 이후도 “변한 게 없다”
한국-민주당 현안마다 사사건건 충돌…소통·존중 부재 탓
충북지역 시민단체들이 4일 도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학철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17.9.4/뉴스1 © News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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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ㆍ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지난 7월 22일 자정을 넘긴 시각.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는 2명의 충북도의원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22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나 몰라라’ 하고 해외연수를 떠났다 중도 귀국한 김학철(충주1)·박한범(옥천1) 의원이 그 장본인이었다.
김 의원은 당시 부적절한 해외연수를 질타하는 국민을 향해 '레밍'(들쥐의 일종) 같다는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급거 귀국해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고개는 숙였지만 당당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국민들께 상처가 되는, 오해되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레밍은 언론을 말한 게 왜곡됐다”고 비판을 비켜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충주의 피해 상황이 크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일로 함께 연수를 갔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병윤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고, 김 의원과 나머지 3명은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됐다.
당시 도의회 홈페이지에는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고, 항의전화가 빗발치면서 의회 사무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김양희(가운데) 충북도의회 의장과 김인수(오른쪽)·엄재창 부의장이 24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 난리 속 해외연수 강행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2017.7.24/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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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사이에서는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의원이란 게 부끄럽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도청 개청 이래 가장 많은 기자들이 몰리면서 도청 브리핑룸이 아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정도였다. 이 역시 불명예스럽지만 최초로 기록됐다.
'레밍 파문'은 올 도의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문제는 파문 이후에도 도의회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갈등과 반목, 편가르기, 여야 불협화음, 이념 전쟁, 의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부풀리기식 폭로 등 악습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일부에선 ‘억울하게 당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며 “레밍 파문 이후 달라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되레 김 의원이 언론에 두들겨 맞으면서 유명인 반열에 올라섰다고 부러워하며, 이를 벤치마킹하는 일도 있다”고 혀를 찼다.
여야 간 깊게 파인 갈등의 골도 아물지 않았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도지사, 교육감을 코너에 몰아넣고 대립하는 모습은 도의회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충북도의회 자료사진.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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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회 임시회에서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이장섭 정무부지사 임명, 송재봉 도민소통 특보 내정이 정쟁의 소재가 됐다.
김병우 교육감은 산하 연수원 특별 객실 문제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로 김 교육감이 공을 들이던 혁신·민주·소통 관련 사업(21개 사업) 예산 27억1200여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례 상정 때 “도장을 무단 사용했다” “관행이었다”며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벌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양희 의장은 “여야간 상반된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올해 불거졌던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의회의 본래 기능인 견제와 균형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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