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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갑질 그 후-①]"죽지 못해 살았습니다"…乙의 상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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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은 회장님이 했는데…피해는 다른 을이 감당

사회 비난에도 갑질 지속…변하지 않는 수직관계

[편집자주]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갑(甲)질'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乙)'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갑질은 어느새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리스크가 됐다. 하지만 사회적 비난 여론에도 '금수저' 오너일가와 기업의 무리한 갑질은 끊이질 않고 있다. 갑질로 인한 피해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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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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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잇단 '갑(甲)질' 파문에 기업들의 상생협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자인 '을(乙)'의 상처는 좀처럼 낫질 않고 있다. 갑의 지위는 변함없고 상생 대책은 실효성이 적다는 평이다.

오히려 애꿎은 가맹점주가 피해를 봤다. '소비자 불매운동' 등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액 투자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금수저의 갑질…흙수저는 웁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맹본부나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조정원의 문을 두드린 사례는 13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7건)보다 19%나 늘었다. 이 중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644건에 불과하다.

올 하반기 조정신청 건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불공정 거래 개선에 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다. 공정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나 유통 관련 신고·민원이 전보다 대폭 늘었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추가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자헛은 갑질의 대표 사례다. 피자헛 가맹본부는 2007년 3월부터 매달 매출액의 일부를 '어드민피'라는 이유로 징수해왔다. 처음엔 월 매출액의 0.55%에 불과했지만 2012년 4월부터는 0.8%로 올려 받았다. 어드민피는 가맹계약을 맺으면서 낸 가맹비와 로열티·원재료비·콜센터 비용 외 추가비용이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어드민피를 걷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피자헛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피자헛 가맹본부가 실제 계약과 달리 가맹점주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 중간납품업체로 끼워 넣어 가격을 부풀리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점주의 매장 근처에 직영점을 내는 '보복출점'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바르다김선생은 김밥 맛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18개 품목을 가맹점주들에게 강매했다. 온라인에서는 3만7800원인 위생마스크를 5만3700원까지 올려 판매했다. 공정위는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6억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네시스비비큐는 가격 인상과 가맹점에 대한 광고비 부담이 논란이 됐었다. 최근에도 한 가맹점주와 폭언 갑질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논란은 과거부터 수시로 터지고 있다"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갑질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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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가맹점협의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회원들이 피자헛 본사의 '광고비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7.11.2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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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만 있으면 '王'…직원 구타에 성희롱까지

갑질의 주체는 기업만이 아니다. 오너일가가 여직원을 성희롱하거나 직원을 구타한 사례도 있었다.

호식이 치킨의 경우 최호식 전 회장이 비서인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여직원은 주변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위기를 모면했다.

MP그룹 정우현 전 회장도 경비원을 폭행하는 등 갑질을 했다. 정 전 회장이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가기 전 경비원이 상가 문을 잠근 것이 발단이다. 경비원은 사과했지만 정 전 회장은 물리력을 행사했다.

몽고식품 김만식 전 명예회장도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했다.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거나, 가슴과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다. 검찰은 김 전 명예회장을 약식기소했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벤처기업학과 교수는 "돈이면 다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배경"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중요 문제는 오너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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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식 전 호식이 두 마리 치킨 회장이 서울 강남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7.6.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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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회장님…"제 상처는 어떻게 하나요?"

갑질 문제가 터진 기업들은 사회적 비난 여론이 일고 정부가 조사가 시작된 후에야 사과했다. 갑질의 주체인 회장이 물러나고 상생협약을 발표하는 게 일종의 '공식'이 됐다.

하지만 갑질로 인한 피해는 무고한 직원과 피해자가 떠안았다. 가맹본부의 대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포괄적이라 실효성도 의문이다.

실제 보복출점으로 인해 피해를 본 점주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김태훈 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오너 리스크로 인한 피해는 가맹점 몫"이라며 "피해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갑질을 당하지 않은 가맹점주도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다.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 가맹점주협의회 조사 결과, 갑질 사태 후 가맹점 매출은 평년보다 20~40%가량 줄었다. 문을 닫는 가게도 늘었다.

갑질 사례를 경험했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갑질 사건이 터지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소 나아지지만 100% 회복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도 피해를 본다. 코스닥에 상장된 MP그룹은 갑질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 7월 25일부터 거래정지상태다.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막히고 추가 투자 기회를 날린 셈이 됐다. MP그룹의 소액투자자 지분율은 32.13%에 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에 남양유업도 그렇고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기업의 평판 관리와 오너 리스크는 주요 투자 참고 사항"이라고 말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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