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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갑질 그 후-②]갑질은 회장이, 사과는 임직원 일동…'알맹이' 빠진 재발방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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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는 사과, 알맹이 빠진 재발 방지 약속

경직된 조직문화·정보 비대칭성에 '갑-을 관계' 지속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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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회장님이 고개를 숙이면서 끝날 것 같던 '갑(甲)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과는 의례적이며 재발방지 대책엔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이다.

지금처럼 갑과 을의 '정보 비대칭성'이 이어지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는 갈등을 끝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력 구조상 갑보다는 을이 항상 아쉬운 입장이다. 갑질 문제가 발생해도 을의 손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갑질은 회장이 했는데…기업이 미안한 '이상한 사과'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직원 성추행 사건 발생이 터진 지 4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냈다.

임직원 일동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상생 혁신을 약속했다.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도 당시 사과문을 통해 "제 잘못으로 인해 실망했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회장 개인의 일탈행위에 대해 임직원 이름으로 사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사과문도 피해자가 아닌 고객에게 보내는 형식이다.

매출 감소를 우려한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장 개인의 잘못에 대해 회사원들이 왜 미안해 해야 하냐"며 "회장 자리서 물러났어도 영향력은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실제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최 회장의 개인회사다. 상장도 안 돼 있어 공시조차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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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7.7.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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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사과에도 변하지 않는 기업

사과 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잘못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무관심이다.

실제 미스터피자의 경우 보복출점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판에서도 "누구나 가게를 개설할 수 있고 이를 보복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복출점과 관련한 문자 등 증거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자헛은 아예 갑질에 대해 인정조차 안 하고 있다. 계약서와 다르게 가맹점에 추가비용을 요구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생협의회 출범 등을 재발 방지 약속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이다. 발표한 내용이 포괄적이고 추진계획이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뿐인 사과에 그칠 수 있다"며 "실천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질 문제도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샘표식품은 차별적 프로모션으로 대리점주를 길들이고, 반품 과정에서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리점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전국대리점주협의회를 결성했다.

신선설농탕은 가맹점들에 대해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이에 불응하는 곳에 대해서는 보복출점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신선설농탕 측은 직영점 전환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해명과 달리 해당 매장은 오청 대표 개인 가맹점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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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에서 극중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가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News1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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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배경 보니…'정보의 비대칭성·경직된 조직문화'

갑질의 원인 중 하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가맹본부가 정보력과 자금력 등에서 우위에 있다 보니 가맹점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가맹계약서만 보더라도 가맹본부에 유리하게 돼 있지만 가맹점주는 해당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계약 해지를 하거나 추가 비용을 요구해도 가맹점주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큰돈을 들여 가맹점을 낸 후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알게 되더라도 계약을 파기하기 어렵다. 자금력과 정보력이 있는 가맹본부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갑질 논란의 시작"이라며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이미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직된 조직 문화도 갑질의 배경 중 하나다. 갑질이 발생한 기업의 경우 오너 기업이 많았다. 오너 기업 중 다수는 권력 집중형 구조로 수직적 문화를 갖고 있다. 부하 직원의 경우 오너나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다. 이 공식은 하청 등 외부 계약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영화 '베테랑'을 대표적 예로 설명했다. 극 중 오너 2세인 조태오(유아인) 의견에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래된 회사일수록 경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지분과 경영권을 가진 오너의 뜻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이 지속되면 갑질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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