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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생태학자 최재천의 경영철학은…'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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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장 재임 경험 담은 경영서 출간

연합뉴스

최재천 교수[메디치미디어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통섭'(統攝.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대통합)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다양한 책을 통해 생물학과 생태학, 진화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온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를 내놨다.

2013년 국립생태원 개원 당시 초대 원장을 맡아 3년 2개월간 재직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중심으로 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출간을 기념해 1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최 교수는 "경영 책을 내려니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쑥스러워했다.

"저는 대학에서도 보직을 맡아본 적이 없어요. 학장님, 처장님 소리가 듣기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저한테 도움되는 건 없고 남들 연구 잘하도록 돕는 자리거든요. 그래서 저는 얌체처럼 이기적으로 그런 거 안 하고 살았는데 육십이 넘어서 공직을 맡아 경험하게 됐네요. 솔직히 3년밖에 경영 안 해본 사람이 뭘 안다고 쓰나 싶고 좀 건방진 책이기도 하죠. 여전히 부끄럽고 민망하고 그렇네요."

최 교수는 그러나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사람들, 특히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을 맡아 일할 사람들을 위해 책을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나 정부, 대학을 망가뜨리는 분들 짚어보다 보니 그분들은 경영을 한 게 아니라, 자기 것을 챙긴 분들이구나 싶어 그런 분들을 '지적질'하기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그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줄어들었으면 해서요. 또 정말 한 기관을 운영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3년 2개월 동안 (생태원이 있는) 서천에 가 있던 시간 중 하루에 3∼5분을 쉬어본 기억이 안 나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뭔가를 했어요. 생각해보니 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겠더라고요. 기관과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책임을 져야 하는 시간을 어떤 형태로든 겪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고생한 것만큼은 고생하지 마십시오, 저 같은 놈도 이쯤 하니까 결과가 나오더라. 말해주고 싶어 쓰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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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메디치미디어 펴냄]



책에는 연구만 했을 뿐 보직 한 번 맡아본 적 없는 초보 경영자가 직원 500여명의 조직을 이끌며 겪은 일들과 그 속에서 깨달은 경영철학들이 담겼다.

매일 오후 6시면 집에 들어갔던 '가정적인 남자'가 매일같이 회식하고 직원들과 '스킨십'하느라 '밤무대의 황태자'가 된 사연, 직원들과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격주마다 직접 바비큐를 구워 직원들에게 대접했던 일들, 원장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임원들과의 갈등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생태학자인 그는 자연에서 경영의 답을 찾기도 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경영 십계명 중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는 개미사회의 여왕개미의 리더십과도 닮아있다. 여왕개미가 번식만 홀로 담당하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일개미에게 위임하듯이 규범을 확립하고 그를 어기는 행위는 단호히 응징하지만, 실행과정은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경영철학을 통해 최 교수는 국립생태원 원장 재직시절 환경부가 제시한 연간 최소 관람객 30만명을 뛰어넘어 재임 3년간 매년 관람객 100만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경영은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보직을 맡으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 번으로 족해요. 경영은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세상이 제 맘대로 되지는 않지만 이런 형태로 정말 최선을 다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하는 일은 안 하고 싶어요. 다만 제가 조금 배운 리더십이 필요한 곳이 간헐적으로 있으면 가서 잠깐잠깐 봉사하는 일은 할 용의가 있습니다." 메디치미디어. 21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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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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