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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Health] 한국, 약물오남용 심각…병 떼려다 지병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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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을 먹었는데도 속이 메스껍다면? 약을 먹은 뒤 몸에 열이 나고 두드러기가 난다면?

한번쯤은 약물부작용(약물유해반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약물오남용 국가로 꼽힌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 44%, 1년간 매일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도 10%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회(2015년 기준)로 OECD 평균(7.0회)보다 2배 이상 많다. 일본은 12.7회로 2위였고 핀란드, 스웨덴, 멕시코는 3회 미만이었다.

병원을 자주 간다는 말은 약 처방을 그만큼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감기로 병원을 갔을 뿐인데 4~5가지 약을 받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열이 나면 해열제, 두통에는 진통제, 기침이 나면 천식약, 콧물이 나오면 비염약, 식욕이 없으면 소화제, 약 때문에 위가 아픈 것을 막기 위해 위장약을 처방한다. 이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매일 아침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약을 먹거나 식사 후 소화제, 잠들기 전에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병을 낫기 위해 먹는 약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약의 부작용 때문이다.

병원들도 약품코드·약품명·약품 모양이 비슷하거나 헷갈려 잘못 처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병원에는 2000종이 넘는 약품이 있고 연간 100품목 이상의 약품이 새로 들어온다.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면 의사의 처방과 다르게 환자에게 약물이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 의약품 사용 과오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2011년 입원환자의 3~6.9%에서 의약품 사용 과오가 발생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오랫동안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약 성분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면 일부가 질병 부위에 도달해 약효를 발휘하지만 남은 약 성분은 혈액과 함께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약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간이나 신장에 부담을 준다. 만약 매일 약을 먹는다면 간과 신장은 과로해져서 기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약은 편리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

당뇨병치료제 부작용 = 당뇨병은 고혈당도 문제이지만 저혈당도 문제다. 혈당수치가 낮아지면 뇌세포가 활동하지 못해 오한이나 땀,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러한 발작이 수면 중에 일어나면 그대로 죽거나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도 부작용이 있다. 액토스(Actos·성분 피오글리타존)라는 제2형 당뇨병치료제는 발암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12개월 이상 복용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방광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실험 결과, 피오글리타존 성분의 액토스를 인슐린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가 복용했을 때 방광암 발생 가능성이 약 3배나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혈압강하제(혈압약) 부작용 = 혈압 치료에 널리 쓰이는 사이아자이드계 이뇨제도 부작용이 있다. 사이아자이드계 이뇨제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 혈당 수치가 서서히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물질들은 혈관 내 혈관벽을 손상시켜 결국은 심근경색을 일으킨다.

고콜레스테롤 혈증약 부작용 =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이면서 호르몬도 만든다. 특히 몸 콜레스테롤의 약 4분의 1은 뇌신경에 있어 뇌에도 꼭 필요하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면 뇌가 근육에 내리는 명령도 막히게 되고, 머리 회전이 느리게 된다. 게다가 약의 부작용도 문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메바로친(mevalotin)은 근육을 녹이고 간 기능장애나 말초신경 장애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메바로친은 스타틴계열의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sodium)을 주성분으로 하는 대표적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다.

항염증제(소염진통제)용 부작용 = 염증치료(소염진통)제로는 '스테로이드성'과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비(非)스테로이드성'이 있다. 스테로이드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호르몬 코르티솔과 같은 물질을 합성한 것으로 면역반응을 강제적으로 억제하여 염증과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두 가지 작용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 환자에게 많이 처방되는 약이 바로 스테로이드이다. 스테로이드성 약을 복용하면 염증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이 심하다. 피부가 얇아져 바로 출혈이 생기고 온몸에 습진이 생겨 빨갛게 짓무르며, 쉽게 감염되어 위중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악화되고, 위궤양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수년간 스테로이드를 대량으로 사용하면 뼈의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해열(소염)진통제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 디클로페낙 성분의 비스테로이드성 약을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면 뇌졸중과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가 디클로페낙 성분의 약을 복용했을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은 약 3배, 노인계층에서는 약 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비타민제 부작용 = 비타민도 과유불급이다. 비타민을 지나치게 많이 함유한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면 영양소가 모두 흡수되지 않고 소변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게다가 비타민A, 비타민E, 베타카로틴 등과 같은 건강보조식품은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이미 증명이 됐다. 비타민A나 비타민B는 기름에 녹는 성질이 있어서 과잉 섭취하면 체내에 쌓이게 되고, 그 결과 비타민중독으로 인한 간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비타민E는 중독을 일으키지 않지만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치료할 때 항응고제(와파린)를 복용해도 약이 듣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항생제용 부작용 = 감기에 걸렸을 때 처방되는 약이 항생제다. 요즘 항생제 처방이 많이 줄었지만 '보통 열이 나는 것은 나쁜 균이 몸에 들어가서 그런 것이니 항생제를 먹으면 열이 내려간다'며 여전히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 항생제는 세균에 대한 효과가 있지만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나 독감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항생제의 부작용은 설사다. 항생제는 장내 상재균(常在菌)까지 죽이기 때문에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 만약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내성균이 생기면 폐렴에 걸렸을 때 약을 써도 소용없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약 먹기 전 부작용 검색을 = 약의 부작용에서 탈출하려면 올바른 식·생활습관으로 약을 끊는 것이다. 약을 끊을 수 없다면 부작용을 제대로 알고 복용해야 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기 전에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의약품과 성분, 제조사로도 검색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의약도서관에서도 의약품 정보와 안전한 사용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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