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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Science] 中 "전통 약제, 임상시험 불필요"…새 규정 안전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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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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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전통의학에 대한 지원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전통의학을 중국 과학유산의 '보석(gem)'이라고 부르며 대체요법과 서양의 약물에 대해 정부가 동등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학술지 '네이처'는 "중국이 전통의학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과학자들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도부터 중국 전통의학과 관련된 중국전통약제(TCMs·Traditional Chinese Medicines)들이 더 이상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중국 식품의약품관리총국(CFDA·Chin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 지난 10월 발표한 규제안에 따르면 중국 전통의학약품의 경우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제조 방식을 따랐다면 값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임상시험을 건너뛸 수 있다. CFDA와 중국전통의학관리국은 이처럼 임상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승인 방법에 대한 목록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TCMs를 비싼 서양의학의 대체재로 장려해왔다. 중의학 의사들은 이번 정책을 환영하며 "업체들이 승인을 받고 환자들에게 관련 의약품을 제공하는 일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싱 라오 홍콩대 중의학과 교수는 "TCMs가 임상시험을 더 이상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CFDA는 TCMs에 대한 동물 실험이나 세포 실험을 통해 독성을 확인하는 전임상 시험을 여전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임상시험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더 많은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CFDA는 지난 9월 23일 TCMs을 기반으로 한 주사 요법을 고열과 오한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리콜한 바 있다. 10월 18일에는 싱가포르와 타이완 연구자들이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중의학에서 사용되는 '아리스톨로크산'이 간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로젠 싱가포르 듀크NUS의대 교수는 "아리스톨로크산이 변이에 기여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암을 일으키는 용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네이처에 따르면 아리스톨로크산은 요도암과 관련이 있으며 치명적인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젠 박사는 "미국 FDA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톨로크산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며 "규제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오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아리스톨로크산이 함유된 의약품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며 "적당히 복용한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성을 갖고 있는 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는 "전통의약품은 서양의 약과 달리 수백~수천 년 이상 사용돼온 만큼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TCMs 비판자로 잘 알려진 리칭천 하얼빈소아병원 박사는 "최근 리콜 사태를 보면 현행 안전조치는 불충분한 상황"이라며 "의사들은 중약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려야 하지만 대부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TCMs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이에 대한 비판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치 문제화되면서 공개적인 토론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처는 중국 정부가 대체의학과 관련된 산업을 지지하면서 인터넷에서 TCMs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10월 23일 중국 인터넷 매체에서는 "아리스톨로크산의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삭제됐다. 이 기사는 3일 만에 7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TCMs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 외에도 중국 정부는 이미 중의사 면허 취득, 중의학 병원 개원을 쉽게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7월 이후 중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서양의학과 관련된 내용의 시험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병원을 개원하고 싶은 사람들은 CFDA의 승인을 받지 않고 당국에 등록만 하면 된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TCMs 면허를 소지한 의사의 수를 현재 1만명당 3명 미만에서 4명까지 늘리고 시장점유율 또한 현재 26%에서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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