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뼈 부실하고 비만이면 많아
3~4년 전부터 새 질병으로 주목
골밀도 낮은 고령 여성에게 흔해
계속 운동하고 단백질 섭취해야
임승길 교수의 건강 비타민
대사 증후군은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 대사 증후군을 잘 관리하면 건강할 수 있지만 노인에게서 예외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왜 그럴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거동 기능을 간과해서다. 거동이 불편하면 운동량이 줄어 근력과 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주로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어 노화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노인이 자유롭게 거동할 수 있느냐는 근육의 양과 강도, 뼈의 강도, 비만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예전에는 이런 뼈·근육 질환과 비만이 노인 건강에 따로따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거동 장애 증후군’이란 새로운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인의 뼈·근육·지방 문제를 하나의 질병군으로 보자는 것이다.
1초에 1m 이상 걸어야
한 70대 골다공증 환자가 2m를 걷는 데 8초17이 걸렸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골다공증이 있으면 꾸준히 운동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진료 현장에서는 거동 장애 증후군을 진단하고 치료에 활용한다. 윤모(68·여·서울 동작구)씨는 2년 전 뼈가 부러져 동네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골다공증을 의심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받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윤씨는 다리에 점점 힘이 빠지고 걷기 힘들어졌다. 석 달 전에는 집 안에서 두 번 넘어졌다. 대학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한 결과 T 스코어가 -3.0으로 골다공증(T 스코어 -2.5 이하)이었다. 의사는 윤씨의 건강 악화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해 추가 검사를 했다. 근력(악력)과 걷는 속도, 근육량을 재고 비만 여부(체질량지수)를 따졌다. 검사 결과 윤씨는 6m를 걷는 데 10초가 걸렸다. 악력은 14㎏으로 약했고 체질량지수는 26㎏/㎡로 비만이었다. 근육 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은 4.7㎏/㎡였다. 의사는 “윤씨는 거동 장애 증후군을 판단하는 기준 6개에 모두 해당한다”며 “건강 악화를 막으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연구팀이 50세 이상 성인 2975명을 분석한 결과(2015)에 따르면 거동 장애 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비율이 50~69세는 13.9%, 70세 이상은 44.2%였다. 거동 장애 증후군이 중요한 이유는 사망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온라인)에 발표된 대만 국립양밍대 리웨이주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거동 장애 증후군이 심할수록 사망 위험이 컸다.
연구팀이 노인 1757명을 2년여간 분석했더니 거동 장애 증후군 전 단계 환자의 사망률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8.7배, 거동 장애 증후군 환자는 11.3배 높았다. 연구에서 거동 장애 증후군 환자는 ▶나이가 많고 ▶여성이며 ▶비만하고 ▶근육량이 적고 ▶골밀도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리 교수는 “거동 장애 증후군은 뼈·근육·지방 등 몸의 구성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라며 “노인의 건강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100가지 보약보다 운동이 최고
거동 장애 증후군 판단 기준 |
거동 장애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걷기·뛰기·자전거 타기·에어로빅·맨손 체조 등 운동이라면 종목과 상관없이 도움이 된다. 운동과 함께 몸을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자주 외출하기, 빨리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등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좋다. 적절한 영양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70세 이상 노인은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량과 뼈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만하지 않도록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단백질 섭취는 늘린다. ㎏(체중)당 하루 1g의 단백질을 먹는 게 좋다.
자유롭게 거동하기 위해서는 근육의 양과 강도, 뼈 건강, 체중, 균형 감각이 고루 발달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데다 무리하면 낙상할 위험이 증가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낮이 길고 햇빛이 좋다. 활동량이 늘어나 거동 장애 증후군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겨울은 춥고 낮이 짧아 활동량이 크게 준다. 운동량이 부족해 거동 장애 증후군으로 악화하기 쉽다. 대사 증후군과 거동 장애 증후군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비법은 보약이나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이 결코 아니다. 바로 운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닭가슴살·두부·콩 먹고 스쿼트, 하루 10번씩 세 차례 하면 효과
거동 장애 증후군 환자는 근육량이 적고 비만하다는 특징이 있다. 근육량과 근력이 부족하고 비만한 노인은 운동·균형 감각이 떨어져 다치기 쉽다. 근육량을 높이고 비만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과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닭가슴살·두부·콩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단백질 식품이다. 살찔 부담이 적은 데다 근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한겨울에는 야외 운동을 하기 힘들다. 이때는 집 안에서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스쿼트 운동이 좋다. 하루에 10번씩 세 차례 이상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 ■
「◆임승길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골다공증학회 명예회장,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
」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