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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뻔한 막장인 줄 알았는데 … 반전의 가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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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40%돌파 ‘황금빛 내인생’

재벌가 출생 비밀 진부한 코드에도

입체적 묘사로 공감 자아내며 인기

신인과 중진 배우의 호흡도 화제

중앙일보

‘황금빛 내 인생’의 박시후와 신혜선. 둘 다 우려를 낳았던 캐스팅이지만 선전하고 있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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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흙수저’ 집안의 자식이 알고 봤더니 재벌가의 딸이었다는 ‘출생의 비밀’ 코드는 막장 드라마의 식상한 클리셰다. 온갖 핍박과 설움을 견디던 주인공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 재벌가의 딸로 탈바꿈하면서 설움을 갚고 시청자에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콩쥐·팥쥐 판타지를 전해줬다.

그런데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50부작)은 이를 역으로 이용한다. 진부한 막장 드라마의 코드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대신 혈연 중심적인 전통적 가족관을 꼬집는다. 이 반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서사가 ‘황금빛 내 인생’의 매력이다. 지난 9월 시청률 19.2%(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8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기더니 지난 10일 30회에서 시청률 41.2%를 기록했다. TV드라마가 40% 시청률을 넘긴 건 지난 2015년 방송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 2년 만이다. 중장년층에 소구해 비교적 시청률이 잘 나오는 주말드라마라는 것을 감안해도, 의미있는 선전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여 주인공 서지안(신혜선 분)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바닥까지 추락한 뒤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진부한 막장 코드인 ‘출생의 비밀’, ‘재벌 3세와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정규직으로 뽑힐 기회를 금수저 친구에게 뺏기는 등 ‘흙수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던 지안은 자신이 재벌가의 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재벌가의 딸’이라는 판타지도 결국은 사적인 약속조차 잡지 못하는 또 다른 굴레일 뿐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마저도 실제 재벌가의 딸은 지안이 아닌 자신의 동생 지수(서은수 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한 번 반전을 거친다. ‘백마 탄 왕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재벌 3세(박시후 분) 또한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며 밑바닥으로 내려온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진부한 막장 코드와 스피디한 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면서 새로운 반전을 더해 흥미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흙수저인 지안과 그런 자식들에게 늘 미안해하는 아버지 태수(천호진) 등 등장인물의 모습은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대를 자아내곤 한다. 가장으로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태수는 늙으면 무리에서 쫓겨나는 사자에 빗대 “남자 인생이 사자야. 사지가 이렇게 멀쩡한데 내 식구 밥도 못 먹이면 죽어야지”라고 되뇐다. 자녀들에게 “내가 니들 애비여서 미안했다”고 말하던 그는 “나 이제 이 집 가장 졸업이다. 나 당신(아내) 먹여 살리려고 태어난 거 아니다”라며 독립선언을 한다.

‘황금빛 내 인생’은 2013년 최고 시청률 47.6%를 기록한 KBS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소현경 작가가 4년 만에 KBS로 복귀한 작품이다.

사실 ‘황금빛 내 인생’은 애초 우려가 없지 않았다. 성 추문을 겪었던 박시후가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되자 여론은 좋지 않았다. 당초 여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던 배우 유이가 이를 고사한 것도 박시후와의 호흡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오갔다. 때문에 ‘비밀의 숲’ 등에 출연했지만 주연은 한 번도 맡은 적이 없었던 신예 신혜선이 여주인공을 맡았고, 이 역시 우려가 컸으나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신혜선 외에도 서은수, 이다인(최서현 역) 등 신인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다른 익숙한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편안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줘 보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고 평했다. 배경수 KBS 책임 프로듀서는 “뻔한 전개를 버리고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기쁨·갈등·고통을 현실감 있게 직시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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