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땐
화장실 환풍기 틀면 좋아
조리 전에 주방후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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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건조한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엔 따뜻한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실내에서는 난방을 작동시키고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도 꼭꼭 닫아둔다. 이러는 사이 공기는 점점 건조하고 탁해진다. 몸에서도 건강 이상 신호를 보내온다. 건조해진 피부는 가렵고 코와 목은 말라 따끔거린다. 게다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해 실내에 쌓인 오염 물질은 폐와 심장 건강을 위협한다. 겨울철 실내 공기 관리는 건강한 겨울나기의 첫걸음이다. 악순환에 빠진 겨울철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드는 법을 알아봤다.
실내 공기가 실외 공기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맑은 날 실내·외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실외 공기가 실내 공기보다 깨끗했다. 공기청정기를 작동하지 않고 환기를 시키지 않은 상태의 집 안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50~60㎍/㎥였다. 반면 같은 날 바깥의 미세먼지 농도는 10~15㎍/㎥였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국립환경과학원 심인근 연구사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바깥의 미세먼지 농도가 150㎍/㎥ 수준”이라며 “이때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 혹은 화장실 환풍기를 틀어놓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겨울엔 5분만 환기해도 충분
공기는 온도 차가 클수록 순환이 잘되는 특성이 있다. 실내·외 온도 차가 15도 이상으로 큰 겨울엔 공기 순환이 다른 계절보다 활발하게 일어난다. 환기 효과가 좋다는 의미다. 겨울에는 환기를 5분만 해도 여름철에 30분 동안 환기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다. 심인근 연구사는 “3~4시간마다 환기를 하면 좋지만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경우엔 퇴근 직후 5분 정도 환기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잠든 후를 위해 잠들기 직전에 환기를 해도 좋다.
요리를 할 때도 환기는 필수다. 조리 시 일산화탄소·포름알데히드 등의 미세먼지가 나오는데 이 양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이 대표적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삼겹살이나 고등어를 구울 때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는 400㎍/㎥를 훌쩍 넘는다. 심인근 연구사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날에도 조리 시엔 바깥보다 실내 공기가 더 오염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창문을 오래 열어두면 실내 온도가 떨어진다. 창문은 조리를 시작할 때 열고 조리가 끝나는 동시에 닫는 게 좋다. 남은 미세먼지를 제거하려면 주방 후드(환풍기)를 이용하면 된다. 주방 후드는 조리 시작 5분 전 틀기 시작해 조리가 끝난 다음 30분 정도 더 작동시키는 게 좋다. 명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동일 교수는 “미세먼지는 공기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이동한다”며 “조리 전 후드를 미리 켜 두면 기류(공기 흐름)가 형성돼 조리를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미세먼지도 바로 후드로 흡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할 때도 창문을 열어두는 게 좋다. 진공청소기의 공기배출구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인해 주위의 먼지가 공중으로 날리게 된다. 먼지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환기시키며 청소해야 한다.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먼지는 5~10분이 지나면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따라서 진공청소기로 청소한 후에는 물걸레질까지 해야 비로소 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습도 40~60%, 온도 18~23도 적당
겨울철 실내 권장 습도는 40~60%다. 반면 겨울철 실내 습도는 평균 20%에 불과하다. 난방 장치를 가동하면 실내 습도는 10% 미만까지 떨어진다. 공기가 건조하면 각종 질병이 생길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피부건조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월(2만7618명)부터 증가했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겨울철 건조한 실내 공기 때문에 피부건조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진다”며 “이외에도 눈이 따갑고 코·입 등의 호흡기 점막이 말라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난방을 가동할 때는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주는 게 좋다. 2007년 환경관리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32평형 아파트에서 가습기를 한 대 사용했을 때 세 시간 만에 실내 습도가 20.8%에서 43.45%로 높아졌다.
가습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을 널어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습기를 하루 종일 틀면 2L 정도의 물이 소모된다. 가습기와 비슷한 효과를 내려면 자주 생활하는 장소에 젖은 수건 10개 정도를 널면 된다. 반면 대야에 물을 받아 두는 것은 가습 효과가 작다. 김동일 교수는 “물은 표면적이 넓어야 증발이 잘된다”며 “대야보다는 욕조에 물을 받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최근 가습기 없이 실내 습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숯이나 솔방울 같은 천연 재료를 활용하거나 실내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숯이나 솔방울을 물에 적셔 두면 물을 머금고 있다가 공기가 건조해질 때 수분을 배출한다. 실내 식물은 화분 속 흙이 물을 머금고 있다가 공기가 건조할 때 공기 중으로 수분을 증발시킨다. 심인근 연구사는 “숯·솔방울·실내 식물 모두 가습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한번에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적어 가습 효과는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온도 올라갈수록 화학물질 더 방출
실내·외 온도 차가 큰 겨울엔 체온 조절을 하는 자율신경계가 과부하되기 쉽다. 과부화된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진다. 실내 온도는 18~23도로 설정하는 게 적절하다. 실내 온도를 23도 이상으로 높이면 습도는 20% 미만으로 낮아지기 시작한다.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의 오염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평소 가구나 벽지·장판에서는 건축자재에 많이 쓰이는 포름알데히드·톨루엔·m, p-자일렌·아세톤·에틸벤젠 같은 화학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출되는데, 이런 물질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중으로 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심인근 연구사는 “화학물질 중에서도 포름알데히드는 온도에 민감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실내 온도가 7도 상승할 때마다 실내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두 배 더 많이 방출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포름알데히드에 오래 노출되면 눈·코·목에 자극을 주거나 기침·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천식이나 호흡기 장애가 있는 사람에겐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이다. 따라서 겨울철 난방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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