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총 6회 자외선 쬔 쥐
스트레스 호르몬 양 급증
혈액 타고 가 뇌 기능 저하
병원리포트 │ 서울대병원 정진호 교수팀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 연구팀(한미라·전경령·반재준 연구원)은 자외선을 쬘 때 피부에서 생성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외선이 피부암이나 피부 노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지만,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정진호 교수팀은 쥐의 피부에 2주간, 모두 6회 자외선을 쬔 후 뇌의 해마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신경섬유의 양과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 단백질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후 뇌의 해마 부위만을 떼어낸 뒤 ‘웨스턴 블롯’ 분석법으로 신경섬유·시냅스 단백질(NMDAR2A·PSD-95)을 확인했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다. 해마의 신경섬유 양이 많고 시냅스가 촘촘하게 연결될수록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더 좋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크게 A(320~400㎚)·B(280~320㎚)·C(100
~280㎚) 세 종류로 나뉜다.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자외선 B를 사용했다. 한미라 연구원은 “자외선 C는 오존층에서 대부분 차단돼 피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람이 쬐는 자외선과 동일한 종류로 실험을 설계했고, 자외선 강도도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200mJ/㎠)로 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자외선을 피부에 쬔 쥐는 그렇지 않은 쥐와 비교해 신경섬유 양과 시냅스 단백질이 감소했다. 신경을 형성하는 데 쓰이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외선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해마의 신경 증식이 억제되는 정도는 더 컸다. 6주간 자외선을 쬔 쥐에서 우울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자외선을 쬔 쥐의 혈액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은 급격히 늘었다. 코르티솔은 피부가 자외선을 비롯한 외부 자극을 받을 때 합성된다. 연구팀은 “증가한 코르티솔이 혈액을 타고 뇌에 작용해 해마의 기능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호 교수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감소하는 것이 무심코 쬔 자외선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며 “과도한 자외선을 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억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외선 노출을 피하려면 외출할 때 선크림을 바르고 선글라스를 쓰며 긴소매 옷이나 양산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개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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