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첫걸음은 환자와 소통
중환자실 봉사, 간병 체험 필수
임상 실습은 내과→외과 진행
이영미 교수개발실장(가운데)이 박시현(왼쪽)·정성현 학생에게 임상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 ‘돌봄과 이해’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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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과 뛰어난 의술. 시대를 불문하고 의사에게 요구되는 소양이다. 고대 의대의 90년 역사에는 이런 ‘환자 중심’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구로·안산 등 의료 취약지에서 환자를 돌봤고, 7700여 명의 ‘굿 닥터’를 배출해 진료·연구 분야에 국내 의료계를 이끌어왔다. 정밀의료·인공지능(AI)의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대 의대가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교육 목표는 단 하나, ‘환자를 위한 최상의 진료’다.
지난달 28일 고대 의대 17학번 정성현(22)·박시현(19·여) 학생이 고대 안암병원 5층 병실을 찾았다. 내년 예과에 신설될 ‘돌봄과 이해’ 수업을 미리 경험해 보기 위해서다. 모의 환자를 두고 교수가 실제로 진료하는 모습을 참관하는 자리다. 이영미 교수개발실장(의인문학교실)이 환자와 대화한 뒤 환자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 뭔지, 건강 상태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등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두 학생은 태블릿PC와 노트에 이 교수의 이야기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정성현 학생은 “진료 참관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예비 의사로서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영미 교수는 “의사도 환자와 대화하며 많이 배운다. 의학 지식은 부족하지만 그런 만큼 겸손한 자세로 환자를 돌보고 이해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연구·진료 균형 잡힌 의사 양성
사실 의대 교육은 선(先) 교육, 후(後) 실습의 ‘연역적 교육’이 주를 이뤘다. 의대에 입학해도 ‘예비 의사’로서 정체성을 고민할 기회가 적었다. 자기 관리에 실패해 학업을 포기하거나, 환자와의 소통이 힘들어 뒤늦게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고대 의대가 마련한 교과과정이 ‘돌봄과 이해’다. 의대 1학년(예과)부터 진료 참관, 중환자실 봉사, 간병 체험 등 병원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게끔 과목을 신설했다. 자신의 적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환자·간호사 등 병원 구성원의 역할을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의학과 임상 실습도 변화를 줬다. 환자 소통이 필수적인 내과를 실습하고 수술 등 외과 교육은 이후에 진행한다. 이영미 교수는 “소통·배려·공감 등 인성 교육은 이론보다 체험을 통해 가장 빨리 터득할 수 있다”며 “사람을 대하는 의사에게 인성 교육은 전문성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이는 미래에 더욱 강조될 의사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기초→심화→몰입 연구 체계화
고대 의대의 ‘연구 DNA’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선 기존에 예과·본과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하던 연구 관련 수업을 기초·심화·몰입의 단계로 체계화했다. 먼저 예과에서는 전공필수 과목인 ‘의과학연구의 기초’를 통해 의학 논문 읽는 법, 연구 윤리 등을 교육받는다. 만일 학생이 임상보다 연구에 관심이 많을 땐 본과에 진학한 뒤 실습 대신 임상 연구, 연구 실습 등 연구자로서의 길을 갈 수 있게 교과과정을 마련했다.
새롭게 신설된 심화 교육 과정(Enrichment Stream)은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초석’이다.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적은 예과 때 공학·경영학 등 배우고 싶은 전공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해당 단과대와 협의를 마쳤다. 예컨대 의대생이지만 경영대 기초 과목을 듣고, 원한다면 전공심화·응용 과목까지 배울 수 있다. 본과 4학년은 해외 임상 실습을 통해 국제 의료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임춘학 교육부학장은 “학생이 원하면 해외에서도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과정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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