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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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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무릎 진통제 먹고 실신, 두통약 먹고 심장마비 … 약 부작용 작년 23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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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약물 알레르기 사고 16% 증가

천식·두드러기 환자는 조심해야

통풍약·항간질제·항생제 등 유의

안전센터서 부작용 예방 카드 발급

박중원 교수의 건강 비타민
박모(62·여·서울 강서구)씨는 2년 전부터 무릎이 아플 때마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곤 했다. 최근 통증이 심해져 동네 정형외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지어 먹었다. 그날 저녁 식사 후 약을 먹은 박씨는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호소하더니 정신을 잃었다. 가족이 박씨를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그는 응급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 응급실 의사는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 쓰러진 것인데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 겪은 일에 놀란 박씨는 곧바로 대학병원 진료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실신의 원인은 박씨가 먹은 약에 있었다. 그가 처방받은 약은 해열진통제·근이완제·위장보호제·소화제 등 네 종류다. 이 중 근이완제(성분명 에페리손)가 알레르기를 일으킨 범인이었다.

의약품은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친다.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약이라도 드물게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적절한 용량의 약을 먹어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약물 알레르기’가 대표적이다. 약물 알레르기는 몸속 면역시스템이 특정 약물에 과민하게 반응해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보고된 의약품 부작용 의심 사례는 22만8939건이다. 2015년(19만8037건)에 비해 15.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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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27)씨가 세브란스병원 지역의약품안전 센터에서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피부 검사를 받고 있다. 센터에서는 원인 약물 정보가 적힌 카드를 발급해준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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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찾는 환자의 5~10%가 약물 알레르기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는 가벼운 증상을 호소한다. 심하면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호흡 장애·어지럼증·실신·저혈압·구토·가려움증이나 손발이 붓는 혈관 부종을 유발한다.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병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약물뿐 아니라 식품·운동·곤충, 과도한 운동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미국 테네시대 의대 연구팀이 아나필락시스 266건(여성 153건, 남성 113건)을 분석한 결과(1995)에 따르면 52건(19.5%)이 약물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약물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연간 5000~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타이레놀도 부작용 있어

항생제가 약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진료 전 작성하는 문진표에도 항생제 주사를 맞고 이상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흔히 먹는 진통제도 약물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박모(30·경기도 광명시)씨는 2011년 초 두통 때문에 진통제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을 두 알 복용한 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 끝에 겨우 살아났다. 박씨는 그해 5월 콧속에 용종이 발견돼 용종 제거술을 받았다. 수술 후 다른 진통제(성분명 셀레콕시브)를 복용했을 때는 약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2013년 목이 아파 진통제인 스트렙실(성분명 플루르비프로펜)을 먹은 후 다시 호흡곤란이 왔다. 이후 박씨는 약을 사거나 처방받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던 성분이 들어갔는지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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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발생 빈도가 높은 상위 10개


알레르기 발생 빈도가 높은 약물은 어떤 걸까.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전국 25개 대학병원은 현재 한국인의 약물 알레르기 현황을 연구하고 있다. 2010~2015년 발생한 심각한 약물 부작용 사례 611건을 분석한 1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물 알레르기가 가장 흔히 나타난 약 성분은 알로푸리놀(통풍치료제, 95건)이었다. 그다음은 카바마제핀(항간질제, 73건), 반코마이신(항생제, 42건), 리팜피신(항결핵제, 37건), 피라지나마이드(항결핵제, 31건) 등의 순이다.

약물 알레르기는 ▶스티븐 존슨 증후군(SJS) ▶독성 표피 괴사용해(TEN) ▶약물 과민 반응 증후군(DRESS) 같은 심각한 피부 부작용을 낳는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눈·코·입·항문·성기 등의 피부와 점막에 종기나 염증이 생긴다. 전체 피부 면적의 10% 이하에서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인 피부 박리가 나타난다. 독성 표피 괴사용해는 전체 피부의 30% 이상에서 피부 박리 증상이 나타난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 표피 아래에 있는 진피층이 노출된다. 약물 과민 반응 증후군은 피부 발진은 물론 혈액 이상(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증가)과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팀이 약물 알레르기로 입원한 환자 3657명을 조사한 결과(2016)에 따르면 사망률이 스티븐 존슨 증후군 환자는 4.8%, 스티븐 존슨 증후군과 독성 표피 괴사용해가 함께 나타난 환자는 19.4%, 독성 표피 괴사용해 환자는 14.8%였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과 독성 표피 괴사용해가 함께 발생한 환자는 회복하더라도 절반은 눈 결막에 협착이 생기거나 각막 손상, 모세 기관지염, 탈모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천식, 만성 두드러기 있으면 조심

약물 알레르기 예방의 최선책은 원인 약물을 피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사람은 약물 알레르기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천식이나 만성 두드러기가 있는 사람은 의료진의 처방 없이 약을 살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을 먹고 알레르기 증상이 생겼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데 혈액검사, 피부 단자 검사가 도움된다. 피부 단자 검사는 여러 가지 알레르기 시약을 등이나 팔에 소량 도포한 다음 바늘로 살짝 찔러 시약이 피부 표피에 닿게 한 후 반응을 보는 것이다.

지역(전국 26개 병원)별로 있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센터를 방문해 진료·상담·검사를 받으면 원인 약물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센터에서는 약물 부작용 예방 카드를 발급해준다. 알레르기를 일으킨 약물 정보를 기록한 카드다. 이걸 의사·약사에게 보여주면 부작용 유발 약물을 처방하지 않는다. 약물 부작용 피해자를 위한 구제 사업도 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의약품 부작용 때문에 사망이나 장애, 기능 저하 등의 피해를 본 경우 구제를 신청하면 심의 후 보상금을 지급한다. 문의는 홈페이지(www.drugsafe.or.kr)를 이용하거나 상담 전화(1644-6223)로 하면 된다.

한번에 여러 약 먹지 말고 복용 약 기록해 두면 도움
약물 알레르기를 예방하려면 약 먹는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우선 한번에 여러 종류의 약을 먹지 않도록 한다. 약이 많을수록 약물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의사 처방 약, 약국에서 산 약, 건강기능식품, 한약 등 복용 약을 모두 기록해 두는 습관을 들인다. 병원·약국에 갔을 때 의사나 약사에게 보여주면 도움이 된다. 약을 먹고 두드러기나 피부 발진, 부종(붓는 증세)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심하지 않아도 의사·약사에게 설명하는 게 좋다.

◆박중원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알레르기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천식센터 소장,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회장



박중원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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