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염 888쌍 조사해보니
파트너에게 옮긴 사례 없어
편견 없애야 치료로 이어져
최준용 교수의 건강 비타민
HIV 감염자 박모(46)씨는 올해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 공동기획단’ 심층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기획단은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와 인권재단이 만들었다. 에이즈 감염자 편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에이즈 원인균인 HIV 이미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에이즈와 관련한 보도자료 한 건이 배포됐다. 제목은 ‘감염자 660명 치료 중단·연락 두절, HIV/에이즈 관리 비상’이다. 2016년 기준 국내 등록 HIV/에이즈 감염인 1만2039명 중 660명(5.48%)이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를 보도한 기사 제목은 ‘연락 두절, 대책 마련 시급’ ‘HIV/에이즈 관리 비상’ 등이었다. 보도자료에는 ‘2011년 이후 감염인 치료율은 매년 90% 이상 유지’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감염인의 5.48%가 연락되지 않는 것과 90% 이상이 치료를 받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의학적으로는 90% 이상 치료 중이라는 게 더 의미가 있다.
HIV/에이즈 치료제는 90년대 이후 다양하게 개발됐다. 치료제가 좋아지면서 감염인의 수명을 늘렸다. 96~97년 20세 HIV 감염인은 평균 19.1년, 비감염인은 63.4년 살 수 있었다. 44.3년 차이가 났다. 2008~2011년에는 7.9년으로 줄었다(AIDS저널, 2016).
부정적 시선 느끼는 영역 |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에이즈 치료제를 잘 복용하면 옮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연구팀은 동성애자 남성과 트랜스젠더 여성 249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1251명)은 두 가지 항바이러스 약을 투약했다. 나머지 한 그룹(1248명)은 가짜 약을 투약했다. 그 결과 진짜 약을 먹은 사람은 36명이, 가짜 약 복용자는 64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2011). 약이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HIV/에이즈 치료제의 효과가 있으려면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감염인이 병원을 찾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사회적 낙인이 심하면 이런 걸 기피한다.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 공동기획단의 조사 결과(104명 조사)에 따르면 감염인은 ‘소문이 나는 것’(82명)을 가장 두려워한다(중복 응답). 이 때문에 ‘동네 병원에 가지 않는다’(31명)는 응답자가 많다. 감염인은 부정적 인식이 ‘HIV/에이즈 관련 댓글’(78명)과 ‘언론 보도 태도’(77명) 때문이라고 꼽았다.
UNAIDS는 2030년까지 에이즈 유행을 종결시키겠다고 한다. 세부 전략이 ‘90-90-90’ 캠페인이다. 2020년까지 HIV/에이즈 감염인의 90%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90%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90% 환자에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HIV/에이즈 감염인은 1만2039명이다(질병관리본부 집계). 실제 감염인은 이보다 2~3배 많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HIV/에이즈 감염인이 새로 확인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장 필요한 것이 항바이러스 치료다. 에이즈 감염자 편견이 대폭 줄어야 한다. 보건 당국이나 의료인은 물론 언론·시민단체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
「◆최준용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연세대 의대 에이즈연구소장, 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 과 교수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