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영유아 절반은 결핵 걸려
혈액검사로 잠복결핵 조기 발견
최근 산후조리원, 병원 신생아실, 유치원, 문화센터에서 결핵에 집단감염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원인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몸속에 잠들어 있던 결핵균이 다시 활동하는 ‘잠복결핵’이다. 균 보균자의 이동 경로를 따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확산된다. 정부에서도 뒤늦게 이들 집단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가장 큰 희생자는 결핵에 취약한 영유아다. 잠복결핵의 위험성과 감별진단을 통한 결핵관리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스트레스·과로·영양결핍 때 증식
문제는 잠복성이 활동성 결핵으로 바뀌었을 때다. 결핵 발병은 면역력과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과로·고령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균이 다시 활동해 증식한다. 주목할 점은 한국인 3명 중 1명은 이 같은 잠복결핵 상태라는 사실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결핵을 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퍼진 결핵은 성인보다 면역체계가 미숙한 영유아에게 더 치명적이다. 은병욱 교수는 “결핵균에 처음 노출된 나이가 어릴수록 결핵 발병률이 높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건강한 성인은 결핵균에 노출되더라도 잠복결핵 감염자의 10%만 결핵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24개월 이하 영유아는 그 비율이 50%로 높아진다. 만일 예방적 치료를 하지 않으면 결핵균이 뇌·림프절 등 신체 곳곳으로 침범한다. 정부에서 영유아와 빈번하게 접촉하는 의료기관·산후조리원·어린이집·유치원·아동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정기 검진을 의무화한 배경이다. 하지만 김씨 같은 문화센터 영유아 전담 강사는 정기 검진 대상이 아니다. 결핵관리 전략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잠복 단계서 찾으면 발병률 급감
잠복결핵은 체내에 존재하는 결핵균이 소수여서 직접 채취·배양해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핵균 면역 반응을 통한 간접적 방식으로 잠복결핵을 확인한다. 잠복결핵 검진은 피부 반응을 살피는 투베르쿨린검사(TST)와 혈액 인터페론감마(IGRA)검사 두 종류가 있다. TST는 정확한 판독이 까다롭고 결핵 예방접종(BCG)으로 인한 면역 반응을 구분하지 못해 특이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IGRA검사(퀀티페론)다. 혈액 속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측정하는 IGRA검사는 민감도 95%, 특이도 99%로 잠복결핵을 정확하게 감별한다. 특히 한국은 전 국민의 90%가 결핵 예방접종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성인의 잠복결핵 검진에 IGRA검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검사 결과 결핵 발병 고위험군이라면 잠복결핵을 치료해야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려 약 복용 기간이 긴 편이다. 그런데 약을 띄엄띄엄 먹으면 약물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정해진 기간 동안 충실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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