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전기공학자서 뇌 회로 연구자로
뇌질환 치료제 개발 회사 세워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상도 받아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④ 뇌의 비밀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는 전공인 반도체 디자인을 토대로 신경회로 연구를 했다. [사진 이진형 교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앙일보 52주년 로고 |
모두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런 여섯 가지 뇌질환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완치가 불가능하고, 장기간 고통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뇌질환에 따른 의료비도 여느 질병보다 많이 든다. 여섯 가지 뇌질환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은 미국에서만 연간 총 6122억 달러(약 692조원·간접비 포함)로 추산된다.
이진형(40) 스탠퍼드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뇌의 지도를 만들어 완치 방법을 찾고 있는 대표적인 뇌과학자다. 이 교수는 “뇌도 반도체 같은 일종의 회로”라며 “뇌질환을 정확히 진단·치료하려면 우선 뇌의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그는 뇌 연구와 큰 관련이 없는 공학자였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1974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사)와 스탠퍼드대(석·박사)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기공학자 입장에서 반도체 회로 디자인과 신경회로 연구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질병과 유관한 뉴런 회로도를 그리자는 아이디어도 이 교수가 박사과정 시절 처음 떠올렸다.
처음 연구할 때는 동료조차 ‘불가능하다’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2010년 이 교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을 이용해 뇌 활성화 부위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 연구는 세계 3대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렸다. 이런 결과물 덕분에 올해 스탠퍼드대 종신재직권(tenure)까지 받았다.
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뇌에 전극을 꽂거나 광학현미경을 사용하면 신경세포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뇌 전체의 변화는 관찰할 수 없다. 반대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이용하면 뇌 전체의 변화는 보이지만 신경세포 단위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교수는 ‘숲(뇌 전체)’과 ‘나무(신경세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뇌 기능을 제대로 추론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한 셈이다.
이 교수는 2011년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LVIS)도 설립했다. 뇌질환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뇌 회로가 손상됐는지 알려주고 제약사·병원과 협업해 치료제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교수는 “연구실 수준에서는 일부 뇌질환 연구가 끝났다”며 “내년 3월께 첫 제품으로 뇌전증(간질) 치료제를 출시하고, 그다음엔 파킨슨병 치료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뇌질환 치료법이 손을 떨거나 관절 움직임이 어색하다는 등 증상만 보고 해법을 찾았다면, LVIS는 개인 환자의 뇌 회로를 직접 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뇌전증·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뇌 회로를 바로잡는 데 성공하면 다음 목표는 치매다. 현재까지 치매는 치료법이 전혀 없다. 이 교수가 치매 치료법을 개발해 낸다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셈이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이 교수의 노력에 주목해 ‘신(新)연구자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는 “치매와 관련이 있는 신경세포 회로도를 완성하면 치매 치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샌프란시스코=문희철 기자
중앙일보, 여시재로고 |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