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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육중한 몸’ 많이 안 써 기계 스윙, 세계 1위 오른 펑샨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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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기 싫어해 연습 거의 안 해

잘 먹고 잠도 잘자 스테미너 유지

유연성 부족해 짧게 올렸다 내려

백스윙 작아 헤더 출렁임 없이 스윙

여름에는 약해 가을투어서 7승

성격 느긋, 퍼트 등 쇼트게임 압도

중앙일보

훈련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펑샨샨.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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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샨샨(28·중국)이 13일 박성현(24·하나은행)을 밀어내고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아시안 스윙 5개 대회에서 46위(하나은행)-3위(타이완 챔피언십)-2위(사임다비 말레이시아)-1위(토토 재팬)-1위(블루베이)를 한 덕분이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를 제외하곤 맹활약이었다. 올해 LPGA 투어 아시안 스윙은 ‘펑샨샨 스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펑샨샨은 여자 프로골퍼 가운데도 몸집이 큰 편이다. 날렵하기보다는 육중한 편에 가깝다. 그런 그가 올해 김인경(29)과 함께 나란히 최다승(3승)을 거두면서 상금 170만 달러(약 19억원)를 벌어들였다. 통산 상금은 1000만 달러에 육박(971만 달러)한다.

2000년대 초 펑샨샨은 한국의 HSMG라는 에이전트사가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했다. 코오롱에서 만든 골프의류 엘로드의 후원을 받았다. 당시 HSMG 관계자는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키려고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했는데 펑샨샨이 ‘운동은 너무나 하기 싫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펑샨샨은 이후 조금씩 체중이 증가했다.

연습량도 많지 않다. 한국의 한 선수는 “경기 후 펑샨샨이 연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기 전에도 30분 남짓 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LPGA 관계자들에 따르면 펑샨샨은 대회가 없는 주에는 거의 연습을 안 하고 대회를 앞두고 레인지에서 잠깐 샷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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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여자 골프를 주름잡은 영국의 로라 데이비스. 그는 역대 최고의 장타자로 꼽힌다. [AP=연합뉴스]


밤낮 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보면 억울할 일이다. 골프는 야구와 더불어 배 나온 선수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그렇다 해도 펑샨샨이 어떻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을까.

펑샨샨은 유연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백스윙이 크지도 않다. 거리도 짧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9야드로 97위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샷거리가 짧은 대신 절대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 장타자들이 더 세게 때리려고 힘이 들어가면서 더블보기를 범하곤 하는데 펑샨샨의 스윙은 안정된 기계 같다”고 말했다. 펑샨샨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80.2%(15위), 그린 적중률은 76.2%(6위)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오히려 유연성이 부족한 덕분에 백스윙의 톱이 일정하다”면서 “펑샨샨의 스윙 궤도는 스윙 머신과 흡사하다”고 했다. 일반 선수들은 백스윙이 커지면서 궤도를 벗어나기도 한다. 다운스윙으로의 전환동작에서 헤드가 한 번 출렁하고 내려와야 제 궤도로 돌아온다. 그러나 펑샨샨은 이런 동작이 필요 없다. 그냥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스윙 머신과 같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백스윙 크기가 작으면 거리가 짧아진다. 송경서 JTBC골프 해설위원은 “펑샨샨은 이를 과감한 코킹과 손감각으로 만회한다. 박인비의 스윙과 비슷하기도 한데 코킹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임팩트를 할 때 손목을 푸는 감각도 좋다”고 했다. 박원 위원은 “백스윙이 작은 펑샨샨의 스윙을 일반인들이 따라하면 힘을 주는 포인트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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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강한 펑샨샨


운동량이 많지는 않은데 펑샨샨의 체력은 어떨까. 박원 위원은 “체력은 운동을 해서 나오는 힘과 잘 먹고 잘 자면서 생기는 스태미너로 구분할 수 있는데 펑샨샨은 후자”라고 했다. 임경빈 위원은 “펑샨샨은 낙천적이다. 여유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펑샨샨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클럽하우스에서 편하게 잔다. 비행기에서도 아주 잘 자면서 쉽게 피로를 푸는 선수”라고 했다.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펑샨샨은 LPGA투어 통산 9승 중 7승을 가을에 열리는 대회에서 거뒀다. 일본 투어에서도 7승을 했고, 유러피언투어에서도 7승을 했는데 대부분 봄이나 가을 시즌에 거둔 우승이다.

멘털도 강한 것은 물론이다. 임경빈 위원은 “퍼트는 기술 보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쇼트게임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고 했다. 박원 위원은 “멘털이 뛰어나지만 한국 엘리트 선수들과 경쟁하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펑샨샨은 박성현·최혜진(18) 등과 겨룬 올해 US여자오픈에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역전패했다.

성호준 기자 sum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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