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부담 줄인 위소매절제술
위와 하부 소장 잇는 위우회술
영양결핍 막는 십이지장우회술
당뇨 대사수술 진화
민병원 대사내분비센터에서는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한다. 환자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적용해 완치율을 높인다. 프리랜서 박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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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몸은 먹은 음식물이 위를 지나 소장으로 흘러갈 때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체에서 가장 강력한 인슐린 분비 자극 물질이다. 인크레틴으로 인해 분비된 인슐린은 당을 에너지로 전환한다. 근데 당뇨 환자는 인크레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슐린 분비량이 줄면서 당은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핏속에 쌓인다. 혈당 수치가 당뇨병의 지표가 되는 이유다.
수술이 어떻게 이 시스템을 고칠 수 있을까. 인크레틴 시스템의 정상적인 기능은 최대한 살리고 오류가 난 시스템은 차단하는 게 원리의 핵심이다. 인크레틴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상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GIP’와 하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이다. 당뇨병의 경우 GIP 인크레틴 체계가 무너진 상태다. 즉 음식물이 상부 소장을 거칠 때 고장 난 시스템이 작동한다. 민병원 김종민 원장은 “당뇨병 환자는 상부 소장의 인크레틴이 반란군으로 변한 상태”라며 “외과적으로 몸이 고장 난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기능 최대한 살려 치료
첫째는 췌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인크레틴 시스템 고장은 사실 췌장 기능을 넘어서는 음식물 섭취로 췌장 기능에 과부하가 지속돼 생긴 결과다. 위 내부 공간의 부피를 80~100㏄만 남기고 잘라낸다. 수술 후에는 위산 분비량이 줄고 췌장 효소를 촉진하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들 물질이 하부 소장의 GLP-1 분비를 늘리게 된다. 고장 나지 않은 인크레틴의 기능을 향상시켜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다. 위에서 잘록한 부위인 ‘위 소매’를 잘라낸다고 해서 ‘위소매절제술(Sleeve)’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망가진 인크레틴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이 수술은 위소매절제술보다 위를 더 조금 남긴다. 위 내부를 30㏄ 정도만 남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부 소장의 일부를 끌어다 조그맣게 남은 위와 연결한다. 음식물은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위에서 바로 하부 소장으로 직행한다. GIP가 작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셈이다. ‘루엔와이(Roux-en Y) 위우회술’이라는 수술법이다. 김종민 원장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 체질량지수(BMI), 췌장 기능 등 환자의 조건을 고려해 적합한 수술법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당뇨 대사수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위소매절제술이나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모두 당뇨병 치료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저마다 단점이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당뇨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다. 반면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위의 ‘유문’이 보존되지 않아 영양 결핍을 유발한다.
유문은 위에서 소화가 충분히 된 후에 열리는 위 끝 관문이다. 유문이 없으면 음식물이 위에서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으로 넘어간다. 게다가 루엔와이 위우회술은 구조상 위내시경에 취약하다. 위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경로로 제한된다. 수술 후 남아 있는 위의 내벽은 확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위암 발병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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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맞춤형 수술 완치율 90% 이상
결과적으로 오류가 생긴 인크레틴인 GIP를 차단하면서도 제 역할을 다하는 GLP-1의 기능을 끌어올리게 되는 셈이다. 김 원장은 “당뇨 대사수술은 어떤 수술이 절대적인 것은 없다”며 “모든 종류의 수술을 두루 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시술 받아야 환자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원 대사내분비센터는 아시아·태평양 대사비만학회가 권고하는 모든 적응증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으로 손꼽힌다. 췌장기능 등 엄격한 검사를 거쳐 수술대상을 선정해 2형 당뇨병 관해율이 90%가 넘는다. ‘관해’는 당뇨병에서 ‘완치’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김 원장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에 따라 완치될 때까지의 기간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초기 당뇨부터 30년 이상 앓은 환자까지 면밀한 검사 후 수술을 받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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