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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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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수술 받았는데 다른 곳이 쑤신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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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관절·척추 수술 후유증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찌릿

석 달 뒤 나타나 자각 어려워"

방치하면 평생 고통 통증 환자에게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다.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해방되기 위해 몸에 칼을 대는 부담을 감수한다. 하지만 수술로 원인을 제거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목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팔이 아프고, 다친 허리를 치료한 후 다리가 저리기도 한다. 이른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다. 수술 후 3개월 뒤 나타나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중앙일보

수술 후 뒤늦게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생기면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허리 수술을 받은 후 많이 발생한다. [프리랜서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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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58·경기도 하남시)씨는 올해 초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등을 절개한 후 척추 연골(후궁판)을 잘라 내부 압력을 줄이는 수술이다. 그 후로 3개월은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다리가 저리더니 얼마 후 걷지도 못할 만큼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에서는 “수술 부위가 아물면서 주변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주간 병원에서 통증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을 받은 뒤 비로소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술 후 관절·근육·신경 변형 탓



우리나라에서 2015년 이뤄진 수술은 170만 건이 넘는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데 수술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수술은 ‘치료를 위한 손상’이기도하다. 근육·신경이 다치고 의료기구를 삽입하는 과정은 몸에 또 다른 부담을 준다.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홍성준 교수는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근육·관절·신경이 변형되거나 자극을 받으면 새로운 ‘통증’ 원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수술 부위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진단·수술이 애초에 잘못됐거나 수술로 인한 손상·변형, 수술 후 관리 실패 등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구조가 복잡하고 가동 범위가 넓은 목·어깨·무릎 등 관절과 허리(척추) 수술 시 가장 자주 생긴다.

허리는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란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 환자는 지난해 5만 6909명에 달했다. 척추 수술이 연간 15만여 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은 수술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셈 이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형민 교수는 “교과서적으로 허리 디스크 20%, 척추관협착증 10~50%, 척추 유합술(고정술)을 받은 환자 30~50%에서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나타난다”며 “척추는 20개 이상의 뼈와 100개 이상의 관절로 이뤄져 있어구조가 복잡하고 작은 변화에도 내부를 지나는 신경이 손상받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수술받은 부위가 아닌 곳에도 나타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신형 교수는 “간·위·폐 등 장기를 수술한 뒤 통증은 주로 조직이 뭉쳐(유착) 통로가 막힐 때 생겨 수술 부위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척추의 경우 내부를 지나는 신경이나 인접한 뼈·관절이 손상되면 수술 외 부위에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 신경은 해당 부위 아래 방향으로 뻗는다. 목 수술 후 어깨·팔·손에, 허리 수술 후 엉덩이·다리·발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경병성 통증은 피부·근육·뼈의 문제로 인한 ‘체성 통증’과는 느낌이 다르다. 체성 통증은 ‘아프다’ ‘쑤시다’로 표현되지만, 신경병성 통증은 ‘찌릿하다’ ‘먹먹하다’ 등 감각 이상에 가깝다. 홍성준 교수는 “종전에는 자세에 따라 통증 정도가 달랐는데, 수술 후 가만히 있어도 일정부위가 아프면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 환자 20% 겪어



이 경우 아픈 부위를 치료한다고 해서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홍 교수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수술하고 3개월 이상 지나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문제인지 아닌지 스스로 알기 어렵다”며 “새롭게 통증이 생기면 빨리 치료해야 만성 통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일반 통증과 비슷한 방식으로 치료한다. 먼저 진통제·주사 등 약물을 쓰고, 효과가 없을 땐 추가로 원인 부위에 내시경 시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엉킨 조직을 분리하거나 통증 신경을 차단하는 식이다. 시술 시간이 30분 내로 짧고 2주 간격으로 총 3회 정도만 받으면 대부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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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보다 통증의 원인인 ‘수술’을 최대한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술 전 ▶병원 2곳 이상에서 진단을 받고 ▶의사의 경험이 풍부한지 확인하며 ▶재활 프로그램이 갖춰졌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민 교수는 “수술을 받으면 주변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뀔 수 있는데, 이는 직접 수술한 의사가 가장 잘 안다”며 “통증이 계속되면 우선 수술받은 의사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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