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관절·척추 수술 후유증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찌릿
석 달 뒤 나타나 자각 어려워"
수술 후 뒤늦게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생기면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허리 수술을 받은 후 많이 발생한다. [프리랜서 김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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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관절·근육·신경 변형 탓
우리나라에서 2015년 이뤄진 수술은 170만 건이 넘는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데 수술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수술은 ‘치료를 위한 손상’이기도하다. 근육·신경이 다치고 의료기구를 삽입하는 과정은 몸에 또 다른 부담을 준다.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홍성준 교수는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근육·관절·신경이 변형되거나 자극을 받으면 새로운 ‘통증’ 원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수술 부위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진단·수술이 애초에 잘못됐거나 수술로 인한 손상·변형, 수술 후 관리 실패 등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구조가 복잡하고 가동 범위가 넓은 목·어깨·무릎 등 관절과 허리(척추) 수술 시 가장 자주 생긴다.
허리는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란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 환자는 지난해 5만 6909명에 달했다. 척추 수술이 연간 15만여 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은 수술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셈 이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형민 교수는 “교과서적으로 허리 디스크 20%, 척추관협착증 10~50%, 척추 유합술(고정술)을 받은 환자 30~50%에서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나타난다”며 “척추는 20개 이상의 뼈와 100개 이상의 관절로 이뤄져 있어구조가 복잡하고 작은 변화에도 내부를 지나는 신경이 손상받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수술받은 부위가 아닌 곳에도 나타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신형 교수는 “간·위·폐 등 장기를 수술한 뒤 통증은 주로 조직이 뭉쳐(유착) 통로가 막힐 때 생겨 수술 부위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척추의 경우 내부를 지나는 신경이나 인접한 뼈·관절이 손상되면 수술 외 부위에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 신경은 해당 부위 아래 방향으로 뻗는다. 목 수술 후 어깨·팔·손에, 허리 수술 후 엉덩이·다리·발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경병성 통증은 피부·근육·뼈의 문제로 인한 ‘체성 통증’과는 느낌이 다르다. 체성 통증은 ‘아프다’ ‘쑤시다’로 표현되지만, 신경병성 통증은 ‘찌릿하다’ ‘먹먹하다’ 등 감각 이상에 가깝다. 홍성준 교수는 “종전에는 자세에 따라 통증 정도가 달랐는데, 수술 후 가만히 있어도 일정부위가 아프면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 환자 20% 겪어
이 경우 아픈 부위를 치료한다고 해서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홍 교수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수술하고 3개월 이상 지나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문제인지 아닌지 스스로 알기 어렵다”며 “새롭게 통증이 생기면 빨리 치료해야 만성 통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일반 통증과 비슷한 방식으로 치료한다. 먼저 진통제·주사 등 약물을 쓰고, 효과가 없을 땐 추가로 원인 부위에 내시경 시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엉킨 조직을 분리하거나 통증 신경을 차단하는 식이다. 시술 시간이 30분 내로 짧고 2주 간격으로 총 3회 정도만 받으면 대부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보다 통증의 원인인 ‘수술’을 최대한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술 전 ▶병원 2곳 이상에서 진단을 받고 ▶의사의 경험이 풍부한지 확인하며 ▶재활 프로그램이 갖춰졌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민 교수는 “수술을 받으면 주변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뀔 수 있는데, 이는 직접 수술한 의사가 가장 잘 안다”며 “통증이 계속되면 우선 수술받은 의사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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