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밝힌 ‘간헐적 단식’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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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리서치’ 11월호 표지 논문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는 성훈기 교수와 오타와 대학 김경한 교수(당시 캐나다 토론토아동병원 )팀이 진행한 대규모 연구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 리서치(Cell Research)’ 11월호의 커버스토리로 게재된다. 성 교수팀은 베이지색 지방을 늘릴 방법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법’을 선택해 이를 증명하는 실험을 했다.
먼저 간헐적 단식이 비만 같은 대사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쥐를 간헐적 단식 그룹과 일반 그룹(대조군)으로 나눈 뒤 지방 함량이 많은 고열량식을 먹게했다. 단식 그룹은 2일 식사 후 1일(2대 1) 단식하는 일정을 약 16주 동안 지속했다.김경한 교수는 “하루 동안 굶은 쥐들이 다음 이틀간 충분히 영양을 보충하도록 하기위해 2대 1 단식을 선택했다”며 “간헐적 단식에서는 단식 기간이 24시간이면 며칠마다 했는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관찰결과 두 그룹의 쥐가 섭취한 전체 음식량은 거의 같았다.
실험 결과는 뚜렷했다. 기름진 음식을먹었지만 간헐적 단식을 한 쥐들은 매일 식사한 쥐들에 비해 몸무게가 훨씬 덜 증가했다. 지방세포의 크기는 두드러지게 작았다.
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단식을 하지않은 쥐는 간에 하얗게 지방이 끼어 지방간이 나타난 반면, 단식한 쥐의 간은 건강한 붉은빛이 돌았다. 간 수치(ALT)도 개선됐다. 많은 양의 당을 투여한 뒤에도 단식 그룹 쥐는 혈당이 더 빨리 떨어졌다. 다양한 대사 장애의 예방 효과가 관찰된 셈이다. 비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단식한 쥐의 수치만 개선됐다. 김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간헐적 단식이 다양한 대사성 질환의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팀은 단식한 쥐의 지방세포를 추출해 유전체 분석 검사를 했다. 단식하는 동안 분자 수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단식한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혈관내피세포인자)’의 수치가 크게 높아지는 것을 관찰했다. VEGF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도록 촉진하는 인자다. 연구진은 VEGF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2차쥐 실험을 했다.
간 조직 검사 결과 간헐적 단식을 한 쥐(오른쪽 사진)의 간에서 백색 지방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
대사성 질환 예방·치료 효과 확인
먼저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를 제거했더니 16주간 2대 1 단식을 해도 몸무게 등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VEGF가 없으면 단식의 대사 개선 효과도 없다는 의미다. 다음은 단식 없이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 수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10주 후 VEGF 수치를 높인 쥐에서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성 교수는 “이 실험으로 백색 지방세포의 VEGF가 (백색 지방의) 베이지색 지방으로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더불어 VEGF의 수치가 오르면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의미 있는 사실도 관찰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단식한 쥐의 지방세포를 들여다보니 활발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염증에 반응하는 항염증성 대식세포(M2 macrophage)가 눈에 띄게 많아진것이다. 김 교수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지방세포의 VEGF 수치가 올라가고, 이것이 세포 내 면역반응을 이끌어 백색 지방을 베이지색 지방으로 갈색화시킨다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며 “이는 분자 수준에서 간헐적 단식의 작동 원리를 처음 발견한 연구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후 350명의 지방조직 데이터를 분석해 인체에서도 같은 메커니즘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그렇다면 공복 시간이 길어질수록 단식의 효과는 높아질까. 연구팀은 쥐를 24시간 굶기면서 면역반응을 더 자세히 관찰했다. 지방세포의 VEGF 수치 변화를 통해 백색 지방이 베이지색 지방으로 변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살폈다. 김 교수는 “공복 상태의 쥐를 24시간 관찰한 결과 약 6시간째부터 단식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 “18시간 후에는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수치가 처음의 3배 가까이에 이르고 24시간째에는 최대치인 3.3배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소 6시간, 길게는 약 18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몸 속에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수치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오후 7시에 식사를 마친 후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속을 비우면 공복 18시간을 유지하게 된다.
당뇨 환자 대상 임상시험 계획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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