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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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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호르몬제 끊었을 때 고통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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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환자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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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갑상샘암 환자다. 올해 4월 갑상샘 양쪽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2년 전부터 크기가 작은 결절의 경과를 관찰해 왔는데 그게 문제였다. 다른 쪽까지 새로운 결절이 생겨 검사했더니 갑상샘암이었다. 크기가 작다고 계속 그대로 두었으면 위험할 뻔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2주 만에 회사에 복귀할 정도로 빨리 회복됐다.

하지만 수술보다 더 큰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 후 갑상샘암의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병행하는데, 이때 갑상샘 역할을 대체하고 있었던 갑상샘 호르몬제를 중단해야만 한다. 호르몬제를 중단해야 기대하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2주 전부터는 모든 호르몬제를 끊었다. 이 때문에 치료 전 1주와 치료 후 3주가 갑상샘 기능저하증으로 고통스럽다. 갑상샘을 모두 떼어 냈기 때문에 갑상샘 호르몬이 체내에서 분비되지 않아 호르몬제를 투여해야 하는 것이다. 호르몬제를 끊으니 날씨와 상관없이 추위를 느끼고 외출 한 번에 모든 체력이 소진된다.

무엇보다 필자에게 치명적이었던 것은 운전이었다. 늘 하던 대로 차를 몰았는데 브레이크를 밟는 반응 속도가 느려졌다. 신호를 여러 번 놓친 후에야 ‘큰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부터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다. 하루에 최소 2~3개의 거래처를 방문해야 하는 영업직 회사원인 필자에게는 사망선고와 같았다. 갑상샘암 수술로 생명은 지킬 수 있었지만 먹고살아온 경제활동에는 제약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호르몬제 중단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이때도 재발 여부를 정확히 검사하기 위해 호르몬제를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호르몬제를 끊고 갑상샘 기능저하증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다른 선택안이 있다. 인간 재조합 갑상샘 자극 호르몬 주사다. 이 주사를 맞으면 호르몬 중단 없이 정확한 추적검사가 가능하다. 비싼 게 문제다. 한 번 주사에 고가의 비용이 청구되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제한된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호르몬제 중단을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갑상샘 기능저하증의 고통을 겪는다.

사람들은 내게 “갑상샘암이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한다. 갑상샘암은 착한 암이라나? 나는 묻고 싶다. 죽지 않는 암에 걸렸으니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갑상샘암 발병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아 나 같은 직장인이 많다. 인간 재조합 갑상샘 자극 호르몬 주사에 대한 건강보험급여는 확대될 수 없을까. 갑상샘암 환자들의 수술 후 생계를 위한 정상적인 삶에 대해서도 재고해 주길 바란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갑상샘암 환자 김준호(37·가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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